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이 표시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사회적협의체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 ‘GMO 사회적협의체’ 1년 채우지 못하고 파행 우려
1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오늘부터 국민청원에 따라 구성된 GMO 표시제도 개선 사회적협의회 참여를 공식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GMO 완전표시제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서자 청와대는 지난 5월 8일 사회적합의 추진을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완전표시제 도입은 물가인상, 계층 간 위화감 조성, 통상마찰 등 종합적 고려사항이 많은 사안”이라면서 “객관성·전문성이 보장된 새로운 협의체를 통해 국내 적용 가능한 수준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갈등해결센터는 GMO 표시제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GMO 표시제도 개선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날 윤영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GMO 완전표시제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와 단계적 제도 개선을 기대했지만, 산업계는 9차까지 진행된 논의 과정에서 ‘GMO 완전표시제 논의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내세웠다”면서 “완전표시제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회적협의회 참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대통령이 약속한 GMO 완전표시제 도입과 GMO 학교급식 퇴출을 위한 진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형 한살림연합·GMO반대전국행동 조직위원장은 “정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협의체가 진행되는 동안 협의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면서 “이해 당사자로만 협의체를 구성하고 연구용역 형태로 GMO 표시제도 개선을 논의하도록 한 것은 국민의 뜻을 무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文 대통령 공약에도… 갈길 먼 완전표시제
GMO 완전표시제란 GMO 작물이 사용됐다면 잔여 DNA 여부와 상관 없이 이를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GMO 작물이 사용됐더라도 최종 가공제품에 잔여 DNA가 남아있지 않다면 이를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
GMO 작물 또는 해당 작물이 사용된 가공제품에 대한 ‘알 권리’ 요구가 거세지면서 2017년 식약처는 식품위생법 등의 개정을 통해 가공제품의 유전자변형 DNA 단백질표기방안을 개선했다. 원재료 성분함량 순서대로 5위까지만 GMO 포함 여부를 표기했던 기존과 달리 전체로 확대했으며 제품 겉면에 표시되는 GMO 표시 글자도 12포인트로 커졌다.
또한 처음부터 GMO로 개발되지 않은 쌀, 바나나 등에 ‘Non-GMO’를 표시해 소비자 혼란을 유도하는 방법도 금지됐다.
당시 식약처는 표기법 개정 근거에 대해 식품위생법 제12조의2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17조의2에 따라 GMO 표시 범위를 DNA가 남아있는 식품으로 확대해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이같은 표시제도 강화가 ‘완전표시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관련 개정안이 적용되더라도 정제를 통해 GMO DNA가 남아있지 않은 식용유·간장·당류 등은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대선 공약임에도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GMO·식품표시제 강화를 통해 ‘공공급식의 안전’과 ‘농장에서 식탁까지 건강한 먹거리 보장’, ‘건강식품과 위해식품 관리강화’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또한 학교급식과 어린이집 등 공공급식에서 GMO 식재료를 퇴출시키고 식재료 품질 안전급식 기준을 정립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날 시민 단체들은 “엉터리 GMO 표시제도로 인한 국민 불신과 갈등, 사회적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GMO 완전표시제 도입과 GMO 학교급식 퇴출’을 위한 진짜 정책을 추진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