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암 원인 ‘가슴보형물’, 엘러간 외 제품은 피해보상 없다?

희귀암 원인 ‘가슴보형물’, 엘러간 외 제품은 피해보상 없다?

식약처 “발병사례 없어 업체 차원 보상 없다…제도 구축할 것”

기사승인 2019-09-24 05:00:00

BIA-ALCL은 이식 수술 후 평균 8~10년 후 발생

타 업체 제품은 3~7년 전 허가, 발병 가능성 존재 

 

보건당국이 엘러간사(社) 제품을 포함해 국내에 있는 모든 ‘거친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의 유통을 중지시키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희귀암 발병 이력이 없는 제품을 이식한 환자에 대한 보상방안은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대신 국가 차원의 피해보상제도를 도입해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엘러간의 보형물 ‘바이오셀’과 ‘유방 확장기(Tissue Expander)’ 관련 수술비, 치료비 등을 담은 최종 보상안이 이달 안에 나온다. 이는 해당 제품이 희귀암인 ‘유방 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 Breast Implant Associated - 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유발과 관련이 있고, 국내에서도 환자가 발생해 마련한 조치이다.

식약처는 이 외에도 의료기관 및 보건소 협조를 통해 이식환자를 파악하고, 안전성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사이트를 식약처 홈페이지에 개설했다.

부작용 예방 차원에서 엘러간 외 다른 회사의 거친표면 유방보형물도 사용을 중지했다. 식약처가 보건복지위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유통된 보형물은 약 22만개로 11만 4300여개가 엘러간사 제품이었고, 다른 수입제품으로는 디메드사가 4만7700여개, 암정메딕스사 3만4000여개, 그린코스코사 1만8000여개, 사이넥스사 3000여개가 유통됐다. 국내 제조 제품으로는 한스바이오메드사가 약 4500개 유통됐다. 

하지만 엘러간처럼 업체측에 별도 보상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들 제품으로 인한 국내 BIA-ALCL 발생사례가 없고, 연관성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엘러간 외의 다른 제품에서 BIA-ALCL 발생사례가 없다. 그러나 외국의 다양한 정보에 따르면 주로 거친 표면 제품에서 BIA-ALCL이 발생하고 있음을 고려해 사전적 조치로 의료기관에 제품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며 “특히 거친 표면 제품이 희귀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추정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업체측에 별도 보상방안 마련을 요구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BIA-ALCL의 평균 발생 시기는 이식 수술 후 8~10년 후이다. 엘러간 외 업체 제품들은 최근 3~7년 전 국내에서 유통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향후 해당 제품 이식 환자들에게도 BIA-ALCL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내 유통된 거친표면 인공유방 제품 허가일자를 보면, ▲디메드 2012년 1월, 2016년 2월 ▲암정메딕스 2012년 12월 ▲그린코스코 2012년 5월 ▲한스바이오메드 2015년 11월 ▲사이넥스 2015년 11월이다. 

게다가 식약처가 복지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에 제출한 ‘인공유방 부작용 사례 접수 현황’을 보면, 최근 3년간 엘러간 제품 이식 후 부작용(이상반응) 발생 보고 건수는 1389건, 그 외의 제품은 375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식약처는 의료기기 피해에 대한 원활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피해보상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의약품의 경우 정상적인 의약품 사용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않게 사망, 장애, 질병 등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를 통해 피해보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의료기기에 대한 보상제도는 없었기 때문에 관련 제도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의료기기 피해보상 기반여건 조상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연구가 완료되면 제조‧수입업체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이 포함된 피해보상 제도 마련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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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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