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속 서민은 누구…정책 이름의 중요성

[기자수첩]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속 서민은 누구…정책 이름의 중요성

기사승인 2019-09-26 06:00:00

금융당국이 새로 선보인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인기다. 해당 상품 접수를 받고 있는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는 신청자들이 몰리면서 마비됐고, 시중 은행 영업점도 첫날부터 문의와 상담으로 북적였다고 한다. 급기야 주금공 측은 “선착순 신청이 아니고 29일까지 2주간 신청을 받고 있으니 접속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에 신청해도 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문제는 대출조건이 서민이라고 보기에 다소 어렵다는 점이다. 기준대로라면 신혼부부의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이 1억원까지 가능한데 이를 절반으로 나누면 연봉은 각각 5000만원, 월급은 400만원이 훌쩍 넘는 수준이 된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기준 가구원수별 중위소득보다 높다. 발표에 따르면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월 299만1980원이다. 여기에 최대 9억원의 집을 보유한 사람도 대출 신청이 가능한 만큼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제2금융권뿐 아니라 정책 모기지 상품의 고정금리 주담대 대출자도 이번 대출전환 혜택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대출은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같은 정책 모기지 상품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부 운용 대출 상품보다 주택대출 전환금리가 더 낮은 현상이 발생하면서 앞서 정책 모기지 상품으로 갈아탄 고객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금융위원회는 최근 한 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9억원은 상한선일 뿐 서민형이 맞다”며 “우리는 아래(저가주택)부터 쭉 올라와 지원한다는 개념이므로 서민형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정금리 대출자를 배제해 벌어진 형평성 논란에 대해선 “안심전환대출의 목표 자체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갈아탈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그렇게 접근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맞는 말이다. 결국 문제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라는 정책 이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재하던 중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서민형’이라는 말을 넣지 말거나 다른 단어로 해서 안심전환대출을 발표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저마다의 기준이 다 다른 서민을 상품 이름에 차용함으로써 여러 계층에서 반발이 거세진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한민국 모든 서민을 담기에 정책 속 서민은 단지 일부에 불과했다. 정책 이름은 국민을 호도할 수 있지만 좋은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당국은 정책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정책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올바른 네이밍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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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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