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그라시움, 부실시공 논란의 이면…신규입주자·조합원간 이권다툼

고덕 그라시움, 부실시공 논란의 이면…신규입주자·조합원간 이권다툼

대우·현대·SK건설 시공3사, 지역 주민 눈치보며 속앓이

기사승인 2019-09-27 06:00:00

고덕 그라시움의 부실시공 논란은 신규 입주예정자들과 기존 조합원 사이 이권 다툼에서 불거진 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규 입주예정자 세력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존 조합원과 시공사를 상대로 부실시공을 내세워 우위를 점하려 한다는 내용이다.

통상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진행될 경우 기존 조합원 측은 힘을 상실하고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성돼 이들이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받는다. 고덕 그라시움(고덕주공2 재건축)은 4932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로 오는 30일 입주를 앞두고 지난달부터 입주자 사전점검이 진행됐다. 해당 단지는 대우·현대·SK건설 3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덕그라시움 입주예정자협의회는 부실시공으로 하자가 발생했다며 강동구청에 준공허가를 불허해달라고 요청했다. 

입주예정자협의회 측은 “사전점검 후 공용 공간의 마감 수준이 떨어지고, 키즈카페 등 몇몇 커뮤니티 공간과 일부 세대의 내부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곰팡이가 생기는 등 부실공사가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들의 부실시공 주장 이면에는 신규 입주예정자와 기존 조합원 간의 이권 다툼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덕 그라시움에 새로 입주하는 신규입주예정자 측에서 기존 조합원 측에게 부실시공을 빌미로 입주자대표회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내용이다. 

통상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진행되면 새롭게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성된다. 새롭게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성되면 이전 단지 조합은 힘을 상실한다. 입주자대표회의란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을 대표해 관리에 관한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자치 의결기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새로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성되면 조합이나 단체는 법적인 힘을 상실한다”며 “입주자대표가 되면 아파트관리방법의 제안, 공용시설물의 사용료 부과기준 결정 등 입김이 강해지기 때문에 서로 우위를 차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덕 그라시움과 같은 대규모 단지에서는 주도권 싸움이 더욱 치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조합도 현재 입주예정자에 맞서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같은날 오전 10시부터 강동구청 앞에서 '준공인가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진행 중이다. 조합원 관계자는 “중대하자가 아니다. 협의회 측은 현재 시공사에 엘리베이터 홀 등 일부 공용부와 커뮤니티 시설 등의 마감재 수준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은 사업 주체인 조합이 결정하는 사항일뿐더러, 해당 주장은 욕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조합원 관계자는 “강동구청장이 일부 입주예정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준공인가를 늦추려 하고 있다”며 “당장 30일부터 입주를 해야 하는데 이게 미뤄지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재산권과 관련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시공사는 둘 사이에서 답답한 노릇이다. 양측의 이권 다툼 사이에서 부실시공으로 갑작스런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 한 관계자는 “신규 세력이 기존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부실시공”이라며 “이번에도 입주예정자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던 건 맞다. 다만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수정해 나가면 된다. 문제는 협의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주장도 섞여 있어서 건설사 입장에서 난처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시공사 관계자는 “이번 고덕과 같은 경우 단지 규모도 커서 구청장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청 매뉴얼대로 가면 잘못된 부분은 전혀 없다. 하지만 구청장 입장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함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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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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