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3번째 막을 열었다. 이날 국감은 조국 법무부장관과 직접 연관된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를 제외하곤 조 장관 관련 언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지난 2일과 4일 ‘조국’에 집중돼 ‘민생’은 뒷전이었다는 평가에서 일부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이는 7일 열린 국정감사가 공기업 등 부처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조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진보의 서초동 개혁집회와 보수진영의 광화문 파면집회로 대변되는 촛불과 함께 정치진영 간 정쟁화되며 투쟁장이 장외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여의도 국회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현안들이 다수 다뤄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감사의 핵심 쟁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여파, 원전사고 등으로 인한 방사능 노출과 국민피해 등이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현 정권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선진국 수준을 상회하는 국내 원자력 관련 기술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들이 원자력 관련 전공과목을 없애거나 규모를 축소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안전 등 여러 부수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질타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제성을 이유로 지난해 6월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한데 이어 올해 2월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시 됐다. 전력난과 국민부담 증가, 미세먼지 증가와 같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다. 여기에 한빛 1호기 등 원전 사고 문제와 안전문제도 조명됐다.
원자력안전재단 등 관계기관 고위 관계자들이 일명 ‘탈핵인사’로 채워지는 일을 비롯해 우주방사선에 노출된 항공분야 종사자의 안전문제나 ‘라돈사태’로 불리며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생활방사선 노출문제, 방사능폐기물 검사부실에 대한 기관들의 책임회피, 원자력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 등 외부위협에 대한 대응체계 마련 미흡문제도 거론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미흡한 안전관리와 부실한 운영, 안일한 대응 등을 문제 삼았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발생한 오염수의 해양방류 시 예상되는 국민 피해와 위험성, 국내의 대응방침에 대해 점검하며 좀 더 면밀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분야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통위)에서도 탈원전에 따른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심화, 전기료 인상논의 등 요금체계 개편 관련 국민부담 증가 문제, 탈원전 정책과 함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부실 및 부진함에 대한 문제가 다뤄졌다.
방사능과 관련된 직·간접적 국민위협이 원안위와 산통위에서 다뤄졌다면, 소방청 감사를 진행한 행정안전위원회는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참사나 강원도 고성 화재사건과 같은 대규모 재난사고에 대한 대응체계, 소방인력의 안전 및 보호조치, 예방적 소방체계 구축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수립 등 국민생명 및 재산수호를 위한 소방청의 부족함을 꼬집으며 개선노력을 요구했다.
기상청을 대상으로 한 환경노동위원회의 국감에서는 태풍이나 지진 등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지진경보 및 예보체계의 점검 및 개선을, 농촌진흥청 감사에 나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약 허용기준 강화제도 정착과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경로 규명 등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들의 개선을 주문했다.
이 외에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의 종양유발가능성과 허가과정에서의 위법성, 전현직 식약처장과의 연관성 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정무위원회는 소비자원 및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상대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이나 가맹점주의 경영여건 악화 요인 등이 문제시됐다. 심지어 배달의 민족, 국대떡볶이 등 구체적인 사례들까지 제시되며, 공정경제 구현을 통한 소비자 및 영세·개인사업자의 권리보호가 보다 철저히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는 요청 등도 이뤄졌다.
한편 여의도 국회에서의 ‘탈조국’ 분위기는 국회 외부에서 이뤄진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 국론을 둘로 나눴다고 평가되는 조 장관 관련 검찰수사와 그 핵심 중 하나인 검찰개혁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상임위원회였기 때문이다.
법사위 소속 여야의원들은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 장관 가족 수사와 검찰개혁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민주당은 조 장관을 향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비롯해 조 장관과 압수수색 담당검사의 통화사실 유출 관련 검찰과 야당 간의 ‘야합’ 및 ‘피의사실공표’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이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빌미로 조 장관 주변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황제소환’, 때맞춰 검찰이 공개소환제도 전면폐지 발표가 ‘특혜’라고 질타했다. 여기에 조 장관 및 정권의 행태가 검찰의 수사를 압박한다는 점을 피력하며 맞서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