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했다” 이춘재 주장…‘화성 8차 사건’ 진범 안개 속으로

“내가 했다” 이춘재 주장…‘화성 8차 사건’ 진범 안개 속으로

기사승인 2019-10-08 20:44:44

‘화성 연쇄 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씨가 모방 범죄로 알려진 8차 사건 역시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주장 진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8차 사건이란 지난 1988년 박모(당시 14세)양이 화성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7월 윤모(당시 22세)씨가 범인으로 밝혀지면서 모방 범죄로 끝이 났다. 사건 현장 피해자 주변에 떨어져있던 음모가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에서 윤씨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나자 경찰은 범인으로 윤씨를 지목했다. 윤씨는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지난 2009년 광복절특사로 가석방됐으며 현재는 충북 청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는 이씨 주장을 믿을 수 있을지 전문가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8일 MBC 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8차 사건과 다른 화성 연쇄 살인사건은 전혀 범죄 수법이 유사하지 않다”면서 “일단 3가지 가능성이 있다. 이씨가 한 것, 윤씨가 한 것, 혹은 제3의 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씨에게 경찰이 놀아나는 것 아닌가 굉장히 걱정된다”면서 “이씨 진술이 100% 다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씨가 소위 ‘영웅심리’로 허세를 부리기 위해 하지도 않은 범죄를 했다고 주장했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씨 주장이 터무니없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통 연쇄 살인범들, 특히 사이코패스들은 영웅 심리 때문에 자신의 범행을 과대 포장한다. 이런 허세는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겠다는 의도가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런데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다 끝났다”면서 “이씨 입장에서는 수사를 받을 게 아니라는 걸 뻔히 잘 알고 있다. 수사선상에 혼선을 준다거나 경찰을 골탕 먹이겠다는 생각을 가질만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윤씨가 재판에서 고문에 못 이겨 자백을 했다고 주장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며 이씨 주장에 힘이 실린다. 윤씨의 2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이 사건 발생 당시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음에도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며 무고를 호소했다. 또 윤씨는 이날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은 고문 여부에 대해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 자백에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씨 자백 내용은) 그 당시 그의 진술과 수사 기록 등을 하나하나 대조하면서 자백 신빙성과 사실관계 등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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