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기자의 트루라이프] 행복으로 물든 시골마을의 가을 운동회

[곽기자의 트루라이프] 행복으로 물든 시골마을의 가을 운동회

기사승인 2019-10-14 04:00:00


 

-네 번째 우리두리 온마을 축제펼친 홍천 매산초-

-운동회는 마을축제, 아름답고 행복한 유치리의 하루--아이들도 주민도 장병도 하나된 마을운동회-

-소박한 나눔, 시골마을 행복으로 물들이다-

힘내라, 힘내라!”

청군에게 응원 점수 100점 드립니다!”

여러 차례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태풍을 이겨낸 황금빛 가을 들판 너머 시골학교 운동장에 어린이들의 응원소리와 주민들의 함성이 가득하다.

지난 11, 멀리 산 아래 걸린 물안개가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는 아침, 강원도 홍천군 남면에 위치한 매산초등학교(학교장 오세현)에서 참둥이들이 21조로 큰 공굴리기가 한창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지역 마을 잔치인 우리두리 온누리 축제1참둥이들의 작은 운동회가 열리고 있는 중이다. 유치원생 6명을 포함 40명의 매산초 어린이들은 청군과 백군으로 나눠 온 힘을 다해 달리고 굴리고 던지기에 열중하고 있다.

운동회는 훌라후프 이어서 전달하기, 개인전력질주와 큰 공 굴리기, 신발 멀리 던지기, 이인삼각 달리기에 이어 전 학년 계주가 양 팀의 열띤 응원 속에 펼쳐졌다.

신나는 참둥이들의 작은 운동회 중간에는 어린이들과 20여명 교직원들의 따뜻한 모습이 보였다함께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워 함께 골인 지점을 통과하고 마지막 전 학년 이어달리기에서는 장애를 가진 친구와 같은 팀을 이룬 청군은 당연히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하지만 청군 어린이 누구하나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다만 몸이 불편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끝까지 완주한 친구를 위해 다함께 힘찬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1938년에 개교한 매산초등학교는 8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현재는 전교생이 두 반 규모도 채 안 되는 작은 학교가 되었다.

매산 초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찾고 싶은 학교’,‘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매산교육가족, 인근 마을인 시동 3·4·5, 유치 1·2리 등 5개리 주민들, 3기갑여단 장병, 강원생활과학고 학생 등 300여명이 함께하는 온마을 축제를 기획해 이어오고 있다.

오전프로그램은 매산참둥이들의 작은운동회마을과 함께하는 운동회로 나누어 진행했다. 1부 작은 운동회를 마치고 마을 풍물패의 풍물놀이와 매산밴드의 공연으로 시작한 개회식에서 참가자들은 모두의 소망을 풍선에 담아 하늘로 띄워 보냈다.

작은운동회에 이어 열린 마을과 함께하는 운동회는 지역주민과 군 장병, 매산초 어린이들이 모두 참여해 합동제기차기, 신발 멀리 던지기, 썰매 끌기, 림보게임, 낙하산 메고 달리기 등 다양한 운동종목 및 게임으로 진행했.


특히 낙하산 메고 달리기에서는 총알처럼 달리는 군 장병들에 이어 아무리 달리려해도 뒤에 달린 낙하산의 저항으로 뒤뚱뒤뚱 걷는 듯 뛰는 듯 달리는 마을 어르신의 모습에 모두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매산참둥이를 안고 플라스틱 막대를 통과하는 림보 게임에서 학부모와 장병들은 허리의 유연성과 근력을 맘껏 자랑했다. 결국 최후 2인은 자녀를 꼭 껴안은 채 낮은 높이의 막대를 무사히 통과한 엄마들이 차지해 강한 모성애를 보여주었다.

1학년 홍근우(8) 어린이의 학부모인 쩐티템(40·베트남)아들과 함께 마을축제에 참여했다.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남편과 10년째 이곳 홍천에서 살고 있다.”면서 한국으로 시집와서 너무 행복하다 마을 주민들도 진심으로 잘해준다특히 한국의 가을 날씨가 너무 맘에 든다.고 고마워했다.

뭉게구름 두둥실 파란하늘 아래 펄럭이는 만국기 아래서 이른 아침부터 진행된 운동회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무렵 운동장 한편에서는 올해 점심 식사를 책임진 시동 3리 주민들이 부침개를 부치는 등 식사준비에 분주하다점심 식사는 5개리가 매년 돌아가면서 특색 있게 준비한다.

시동 3리 이운범(60) 이장은 밥과 찌개, 부침개 등 마을부녀회에서 뷔페와 함께 300인분을 준비했다. 경로잔치 겸해서 성의껏 준비했는데 예산이 넉넉지 못해 좀 더 풍성하게 대접을 못해 미안하다.”면서 그래도 어린이들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날씨도 화창해 준비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오전 1부 행사인 몸으로 하나 되는 우리두리에 이어 오후에는 혼으로 하나 되는 우리두리행사가 신나는 매산 밴드의 공연으로 2부의 시작을 알렸다. 1,2학년 학생들의 난타공연을 시작으로 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준비하는 발표회와 마을노래자랑이 진행되었다.

학예발표회를 대신한 매산 어린이들의 난타공연, 핸드벨 연주, 복고댄스, 요요 퍼포먼스 등 다양한 연주와 춤과 노래, 퍼포먼스에 학부모와 참석자들의 박수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손자, 손녀들의 재롱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참둥이들의 공연 중간 중간에 펼치진 어르신들의 민요창과 유치리 부녀회의 스포츠댄스 등도 오후 행사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농사일을 뒤로하고 손녀의 운동회 모습을 보기위해 참석한 허복련(80) 할머니는 우리 손녀가 5학년 권세진인데 너무 예쁘고 공부도 잘해, 우리 귀염둥이 보는 맛에 내가 살아라며 농사일이 바쁜데 모처럼 쉬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실컷 웃었다.”며 주최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강원생활과학고 학생들이 건강 체크 및 네일아트와 손맛사지 등 미용 봉사활동 부스를 운영하고 시동보건진료소는 진료 지원에 나섰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3기갑여단 장병들이 대형천막의 설치 및 이동 등 하루 종일 힘든 일을 도맡아 척척해냈다.

매산초 어린이 회장인 이유성(13) 군은 마을 축제를 위해 몇 개월 동안 열심히 공연 준비를 했는데 잘 마쳐서 마음이 벅찼다.”참석한 모든 분들이 너무 즐거워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1, 2부 행사에 이어 펼쳐진 마을 노래자랑은 노래 실력과는 상관없이 흥이 많은 마을 주민들이 무대에 올라 신나는 트로트와 옛 가요를 목청껏 불렀다. 젊은 장병이 마이크를 잡자 모두 무대 앞으로 나와 손뼉을 치며 격려했다

마지막으로 재치 넘치는 사회자가 교장선생님을 지목해 노래를 주문하자 오 교장은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잡았다가벼운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불러 주민들에게 큰 박수를 받으며 학교와 마을이 하나임을 증명해 보였다.

매산 초 오세현 학교장은 매산 초는 80여년의 역사를 지녔고 학생수가 700여명에 달하는 등 한때는 홍천군에서 4번째로 큰 학교였다. 4년 전 매산 초 부임 당시 학생 수가 28명에 불과하는 등 매년 학생이 감소하는 현실을 보면서 마을과 하나되는 축제를 기획했다며 축제를 통해 마을과 학교가 하나가 되고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노래자랑이 끝날 무렵 아이들은 한 아름 선물보따리를 안고 가족과 함께 만국기의 긴 그림자를 따라 교문을 나섰다.

하루 종일 아이들의 힘찬 응원과 박수소리, 해맑은 웃음이 가득했던 시골 마을의 가을 축제는 장병들이 마지막으로 정리한 짐들을 트럭에 싣고 운동장을 나서며 막을 내렸다.

벌써 내년 운동회를 기다리는 어린이들과 학부모, 마을 주민, 봉사자들 모두가 잊지 못할 시골마을의 행복한 가을 축제였다.


홍천=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 드론촬영=왕고섶 사진가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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