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패스트트랙 정국 속 ‘유승민’ 키맨으로 부상

2nd 패스트트랙 정국 속 ‘유승민’ 키맨으로 부상

“한국당의 러브콜 쇄도” vs “시간·영향력·과거사 걸림돌”… 세력화가 관건

기사승인 2019-10-30 06:00:00

문희상 국회의장의 영리한 선택으로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 와중에 바른미래당과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그가 이끄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의원모임(변혁)’의 몸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선 제기됐다.

당초 문 의장은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선정된 사법개혁 관련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할 것이라고 점쳐졌다. 하지만 이날 그는 예상을 깨고 본회의 부의 시점을 오는 12월 3일로 전격 연기했다. 국회법상 명시하고 있는 심사기간 90일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사법개혁법안의 경우 신속처리안건 지정일로부터 180일이 되는 28일까지 법사위 심사기간이 57일에 불과해 체계·자구심사에 필요한 90일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법사위 이관 시부터 계산해 90일이 경과한 12월 3일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이라고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충분히 보장된 심사기간에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한다. 사법개혁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에는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임도 분명히 밝힌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설치를 강하게 반대하고, 소수정당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법 우선처리 방침을 비난하고 나선데 따른 고심의 결과물로 풀이된다.

문제는 문 의장의 이 같은 결정으로 정치권의 주도권 전쟁이 더욱 거세지게 됐다는 점이다. 당장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의지와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선(先) 검찰개혁, 후(後) 선거법’ 처리를 내세웠지만, 문 의장의 강제부의 연기결정으로 사실상 전략을 폐기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당 또한 1달여간의 시간을 벌었지만 결과적으로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원내정당들 중 유일하게 공수처법을 반대해온 상황에서 민주당의 바람이었던 공수처법 우선처리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범여권연대가 다시금 결성될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만약 범여권연대가 현실화된다면 한국당은 힘 싸움에서 밀리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유승민 ‘모셔오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승민 전 대표를 수장으로 하는 ‘변혁’ 소속 현역의원들이 오승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포함해 15명에 달하는 만큼 이들을 흡수할 경우 한국당은 2가지 혹은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유승민 품은 한국당의 반격 가능할까?… 정치권도 의견 ‘분분’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이 유승민 대표를 끌어들임으로써 민주당과의 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더구나 바른미래당 분열로 교섭단체 자리에서 밀어내 의사결정구조도 단순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를 통해 물리력 동원 없이 패스트트랙 강행처리를 저지하고, 보수대통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29일 현재 원내구성을 살펴보면 한국당은 전체 297석 중 37.04%인 110석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15명이 합류할 경우 의석수는 125석이 된다. 128석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과는 3석 차다. 우리공화당 2석까지 더해지면 127석이다. 바른미래당이나 여타 정당, 무소속 의원 일부의 표만 추가로 얻으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도 있다.

그 때문인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건 이후 침묵을 유지해왔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29일, 인생의 마지막 정치생활을 하겠다며 총선출마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 22일 ‘보수대통합’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각각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심지어 김무성 전 대표는 당내 의원모임 행사에서 “특정인 몇몇이 나서서 통합에 재를 뿌리는 독설을 퍼붓고 있다”며 “모처럼 황교안 대표도 통합을 주장하고,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도 화답했는데, 거기다가 방정맞은 몇 사람이 나서서 고춧가루를 뿌린다”고 일부 친박계 인사들을 저격하며 유승민 포용론에 힘을 보태는 모습까지 보였다.

하지만 유승민 대표 입장에서 한국당으로의 통합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어 보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핵심적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개인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존재로 향후 보수통합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유승민 의원은 보수 통합과정에서 신당 참여 의원들의 공천 공간을 확보해야 할 부담이 있다”며 “한국당은 공수처법 및 선거제 법안 저지를 위해 유승민 신당의 협력을 우선 고려하겠지만 그에 앞서 유 의원은 신당의 기반확보와 보수통합 이후의 협상력, 탄핵에 대한 책임해소라는 ‘삼중고’를 극복해야하는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승민 대표는 통합에 앞서 신당 창당 수순을 조만간 본격적으로 밟을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변혁 국회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가진 후 “지역위원장들 대다수가 ‘추진위원회를 빨리 구성해달라’, ‘창당 로드맵을 빨리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현역의원을 소집해 추진위원회 문제를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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