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용 중지 권고로 인해 액상형 전자담배가 편의점 등에서 사실상 퇴출되자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 “중증 폐질환과 액상형 전자담배 연관 없다”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액상형 전자담배 진상규명 기자간담회에서 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회장은 “현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대책은 업계를 극단적인 음성화로 몰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연초 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비교·대조하는 실험을 진행해야한다”면서 “이와 관련된 시험 방법, 시험 종류, 대상화학물 등의 정보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권고 이후 편의점 상위 4개사에서 판매를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중증 환자가 국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일 1건의 폐손상 의심사례가 보고됐다. 해당 환자(30세‧남)는 기침, 호흡곤란, 가슴통증 증상을 호소해 입원, 치료 후 현재 퇴원한 상태다.
중증 폐질환의 원인으로 액상형 전자담배가 지목된 것은 미국에서의 사례 때문이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중증 폐질환 환자는 지난 25일 기준 1479명이며 사망 사례도 33건이나 됐다.
중증 폐손상 환자의 79%는 35세 미만이었고 18세 미만 환자도 15%를 차지해 젊은 층에서 위해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약 80%는 ‘대마유래 성분’(THC:대마초 성분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폐질환·사망사고의 관련성에 대한 역학조사에 나선 상태다. 이와 함께 CDC는 정확한 원인 규명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금지 또는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의 사용 중단 권고 다음 날인 24일 편의점 GS25가 선제적으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4종의 판매를 중단했고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삐에로쇼핑·일렉트로마트도 정부의 위해 성분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비엔토 7개 제품과 릴렉스 2개 제품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5일에는 CU가 가향 액상 전자담배 4종의 가맹점 추가 공급을 중단했으며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편의점 365플러스도 쥴 랩스 3종에 대한 판매를 중지했다.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도 26일 쥴 랩스‘트로피칼·딜라이트·크리스프’ 3 종과 KT&G의 ‘시드툰드라’ 1종 등 4종의 판매를 중단했다.
업계 상위 4개 편의점이 모두 액상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하면서 사실상 퇴출되게 됐다. 현재 매장에 남아있는 재고가 소질될 경우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된다.
전자담배협회는 정부의 사용 중지 권고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액상을 사용하는 궐련형 담배(하이브리드형) 제품 역시 사용 중지 권고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식약처에서 발표했듯이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발암물질과 더불어 다량의 타르가 있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면 당장 궐련형 하이브리드 제품 사용 중지 권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연초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대조 필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연초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증거는 전 세계 많은 연구자료가 있고 국내에서도 식약처에서 2017년 발표한 궐련담배와 전자담배 유해성분 함유량 발표결과가 있다”면서 “명백히 전자담배보다 연초담배가 유해한 증거가 있음에도 국민건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만을 규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 과세 문제도 여전… “업계 고사 우려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담배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자담배협회에 따르면 현재 약 3만원 가량에 판매되고 있는 60㎖ 니코틴 액상의 경우, 개정안 통과에 따라 과세가 더해질 경우 13만원에서 14만원까지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 회장은 “정부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개정안대로라면 액상형 전자담배에 과도한 과세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과세기준을 합리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궐련 담배와 같은 제새부담금 체계를 가진 유일한 국가”라면서 “과도한 과세기준으로 전자담배 기기에 따라 일반 궐련 담배 대비 최대 7배(월 90만원) 초과 비용이 지출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와 폐쇄형 액상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은 일반 연초 담배 대비 각 89%, 43% 수준으로 폐쇄형 액상 전자담배의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궐련의 경우 부가세 제외 1갑당 2914원가량의 제세부담금이 부과되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량 1㎖ 기준으로 1799원, 신종 액상 전자담배는 포드 1개당 니코틴 함량 0.7㎖이기 때문에 제세부담금은 1261원이다.
이 회장은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하면 2000여명의 액상 전자담배 관련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폐업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면서 “최소 6000명의 생존권과 30만명의 불만이 발생하고 조세저항 중 최악의 결과인 음성시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직접 액상을 제조하거나 해외직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이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