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일대에서는 ‘궁’자가 들어간 아파트 단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덕수궁 롯데캐슬, 경희궁 자이, 경희궁 롯데캐슬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단지들은 전부 당초 분양 가격보다 2배 이상 널 뛴 단지로 유명하다. 최근 현대건설도 힐스테이트 창경궁 견본주택을 열고 ‘궁’ 시리즈에 합류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힐스테이트 창경궁의 흥행 여부를 두곤 주장이 엇갈린다. 가장 큰 이점으로는 전 평형대 분양가가 9억 미만이라 서울 도심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대출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반면 ▲현장 인근 상권의 부재 ▲개발 계획 부재 ▲맞닿은 빌딩으로 인한 일부 가구의 조망권 침해 등은 한계점으로 보인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시공한 힐스테이트 창경궁은 서울시 종로구 충신동 60번지 일원에 위치한다. 규모는 지하 5층~지상 15층, 1개 동, 총 181가구다. 일반 공급 물량은 159가구다. 분양 면적은 전용기준으로 ▲63㎡ 15가구 ▲76㎡ 41가구 ▲84㎡ 103가구로 구성된다.
이번 단지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아무래도 중도금 대출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호갱노노에 따르면 해당 단지의 분양가는 최소 7억2100만원에서 최대 8억6000만원이다. 전 세대가 9억 이하 분양가이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주변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가 낮고, 대출규제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반경 1km 이내 비교해볼 수 있는 가장 최근 단지로는 경희궁 롯데캐슬이 있다. 평균 분양가가 7억 가량 했었는데, 현재 실거래가는 13억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오래된 단지로는 경희궁 자이가 있는데 여기도 실거래가를 보면 15억 수준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 힐스테이트 창경궁은 종로구 일대에 3년 만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다. 가장 최근 아파트로는 지난 2016년 종로 무악동에 공급된 경희궁 롯데캐슬(일반분양 116가구)이다. 종로구 소재 아파트의 입주년도를 살펴보면 절반 가까운 45% 정도가 입주 20년 이상 됐으며 15년 이상과 10년 이상 된 아파트도 각각 12%와 24%에 달한다. 결국 종로구 아파트 10채 가운데 8채 이상이 10년 이상으로 노후 아파트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수요자들은 이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딸과 함께 견본주택을 방문한 A씨는 “서울 집값이 당초에 너무 높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종로 도심 한복판에서 대출규제가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아파트는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해당 단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수요자는 “주변 빌라에서 전세로 살다가 새 아파트를 공급한다길래 와봤다”며 “가점이 될진 모르겠지만 된다면 대출도 가능한 만큼 실거룰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측은 실수요자들의 경쟁률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가점은 크게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투자 목적인 사람보다 내집 마련이 목적인 수요자들의 관심이 클 것 같다. 경쟁률이 치열할 거라 본다”면서 “다만 가점이 높은 사람은 이곳에 청약을 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기자가 아파트가 들어설 현장을 방문해본 결과, 분양가가 저렴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싶었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주변엔 상권 대신 단층짜리 소기업들과 한 동짜리 원룸만이 즐비했다. 입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자들은 이와 같은 부분도 잘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제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해당 단지에 대해선 주변 문의가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해당 단지가 들어서는 지역 주변에 대한 개발계획은 현재로썬 없다”며 “그나마 개발 계획이 있는 부지가 종로구보다 동대문구 쪽에 가까운 곳에 있다. 효성중공업이 개발을 앞두고 있는데 언제 될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개발계획이 없는 만큼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해서 상전벽해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주택이 노후화돼 새 아파트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지를 찾거나 관심 있어 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 가구에 한해 조망권 침해 우려도 있었다.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빌딩들로 인해 일부 가구에서는 조망권이 상당 부분 침해될 우려가 충분해 보인다. 건설사 측에서 아무리 거리를 띄운다고 할지라도 단지가 들어서는 부지가 당초 너무 좁은 나머지 거리확보가 될지 미지수다.
이에 현대건설 측은 대지 경계선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밀접하게 붙어있지는 않다는 주장이다. 또한 저층부에는 상업시설이 들어갈 계획이며, 가격적인 메리트가 적용될 거라 설명했다.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대지 경계선이 있기 때문에 단지랑 옆 건물이 딱 붙어있지는 않다. 또한 단지 하단부에는 업무시설과 상업시설이 들어가고 세대는 그 위로 올라간다”며 “침해 우려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층 부분에 있어서는 가격적인 메리트를 좀 더 주려 한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