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 전후의 통화 내역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고씨는 통화에서 밝게 대화하다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는 말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고씨의 여섯번째 공판에서는 고씨의 이동 동선이 찍힌 CCTV 영상과 통화 내역 등을 중심으로 검찰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서증조사(문서증거조사)가 진행됐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충북 청주에서 처방받은 감기약과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 7정을 제주로 가져갔다. 검찰이 고씨에게 압수한 분홍색 파우치 속 약봉지를 확인한 결과 수면제 7정만 모두 사라져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씨는 또 재판에서 피해자인 전 남편이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사건 현장에 있던 아들은 피해자와 함께 카레라이스를 먹었으며 고씨만 먹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건 당일 고씨의 범행 추정 시간(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까지) 전후로 고씨가 펜션 주인과 통화한 내용도 공개했다.
고씨는 3차례 통화에서 밝은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범행 직후인 오후 10시50분쯤 그의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아들이 펜션 주인에게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자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검찰은 “성폭행당할 뻔했다던 피고인이 이렇게 태연하게 통화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검찰은 고씨가 컴퓨터 화면에 검색창 30개를 띄워놓고 범행 관련 검색을 한 내용과 성폭행 정황을 꾸며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내역 등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검찰은 고씨의 검색 내역에 대해 “단순히 우연하게 이뤄진 검색이 아니다”며 “이 검색 내용만 갖고도 고씨가 당시 무엇을 생각했고, 무슨 행동을 했을지에 대해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유족들은 검찰 측의 증인신문에서 고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내 아들을 죽인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며 “내 아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명예를 더럽힌 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장재민 기자 doncic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