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실화와 영화 사이 ‘블랙머니’

[쿡리뷰] 실화와 영화 사이 ‘블랙머니’

실화와 영화 사이 ‘블랙머니’

기사승인 2019-11-06 07:01:00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인물은 영화적으로 창작됐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되는 영화 ‘블랙머니’(감독 정지영)는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해 2012년 하나금융에 팔고 한국을 떠난 헐값 매각 사건을 다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검사 양민혁(조진웅)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거침없이 막 나가는 ‘막프로’로 불린다. 어느날 양민혁이 담당한 사건 피의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는 ‘성추행 검사’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수사를 펼치던 양민혁은 사건의 이면에 거대한 음모가 있음을 직감한다. 사망한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중요증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양민혁은 상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대한은행 매각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양민혁은 그 과정에서 대한은행을 인수한 미국 스타펀드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이하늬)를 만나게 된다. 김나리는 스타펀드가 대한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했다는 양민혁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양민혁과 공조를 펼친다. 이들은 사건의 핵심에 거대한 자본을 움직여 막대한 이익을 취득한 ‘모피아’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포착한다.

이 영화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 7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대면하기 쉽지 않은 사회적 문제를 가감 없이 영화로 풀어냈던 정 감독의 지문이 이번 작품에도 곳곳에 묻어 있다.

‘블랙머니’의 가장 큰 장점은 거대하고 복잡한 사건을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전개 또한 익숙하고 쉬운 방식을 취해 어려울 것이 없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진실을 좇는 양민혁을 따라가다 보면 막연한 정황이나 키워드로만 알고 있었던 경제 사건의 내막이 보인다. 아울러 이 사건의 문제가 무엇이며, 사건과 관계없어 보이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영화적으로 창작된 인물인 양민혁과 김나리의 선택이다. 영화 속에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두 인물을 보며 관객은 어렵지 않게 나의 선택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영화의 중심엔 배우 조진웅이 있다. 조진웅은 정의롭고 의협심이 강한 양민혁을 연기하며 이야기에 감정적인 설득력을 불어 넣는다. 전작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던 이하늬는 이성적인 엘리트 김나리 역을 맡아,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강신일, 최덕문, 조한철, 허성태도 안정적인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케 해 흥미를 반감하는 캐스팅도 있다. 여러 영화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이경영은 ‘블랙머니’에서도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인물을 연기한다. 

오는 13일 개봉. 12세 관람가.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