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내과 전공의 3년제 시행으로 인해 올해 12월부터 인력 공백 문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수련병원의 대책이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최근 수련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시행한 ‘내과 3년제 전환 후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전국 37곳의 수련병원의 전공의가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 내과 3, 4년차 레지던트가 한꺼번에 빠지게 되는 12월부터 병원에 문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응답이 71.05%를 차지했다. 65.79%는 현재 내과의 업무를 1, 2년차 인력만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우려는 깊어감에도 수련병원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기존의 전공의 인력으로 인력 공백 기간을 운영한다는 곳이 절반에 달할 정도였다. 인력 및 업무 분배가 진행되는 곳은 28.95%에 불과했고 논의는 하지만 뚜렷한 계획이 없는 곳이 60.53%, 전혀 진행하지 않는 곳도 7.89%로 집계됐다.
한 대학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는 “기존보다 절반의 전공의로 운영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며 “전공의법에 따라 주 80시간 근무를 맞추라고 하면서 교수들은 4개 년차가 있을 때처럼 일하려고 하니 전공의와 교수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내과 수석레지던트는 전공의법에 포함하지 않는 전임의(펠로우)에게 기존 전공의 당직 보충인력 사용, 중환자실 업무 등 내과 업무 공백의 해결책으로 사용하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대전협은 가장 효과적이고 적법한 해결책은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채용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입원전담전문의의 처우가 좋지 않은 것이 그 이유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정부와 병원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대전협은 주장했다.
내년부터 3년제를 시행하는 외과에서는 이에 대한 해법을 사전에 준비하고자 기획 중이다. 대전협과 마찬가지로 입원전담전문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동섭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은 “학회 산하에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연구회를 신설해 제도 정착과 학문적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올해 10월 현재 10개 기관에서 49명의 전문의가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전공의 3년제 수련으로 이 수요와 관심이 늘고 있지만, 아직 직종이 정립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연구회 설립으로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공의 교육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련과정 전체를 감독하고 전공의 및 지도전문의를 관리하는 책임지도전문의 운영하겠다는 것. 대한외과학회는 국내에서 정부 지원 없이 처음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로 전공의와 지도전문의 교육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게 대한외과학회의 설명이다.
이길연 대한외과학회 수련교육이사는 “대한외과학회에서는 충분한 보상도 없이 외과의사들의 헌신과 사명의식 속에서 책임지도전문의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학회 혼자의 힘만으로는 제도가 안착하기 어렵다. 정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동섭 이사장은 “전공의 수련 교육은 환자안전을 위한 가장 좋은 투자”라며 “의사가 독자적으로 수술할 능력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피해는 환자가 본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양질의 수술을 받게 할 책임이 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기존에 4년제로 운영되다 3년제로 단축된 상황에 매년 비슷한 시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파트를 묶어 로딩을 늘리는 병동 당직제, 또 다른 희생양을 양산하는 교수/전임의 당직제, 응급실 내과 철수 등 의국 차원의 근시안적인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병원·학회 차원의 다각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