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을지병원 정형외과에서 일어난 의료인 폭행과 관련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반의사 불벌죄 폐지 등 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3일 의협 용산임시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의료인 폭력 근절 대책 관련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에서 최 회장은 “의료기관 내 폭력은 오랫동안 사회문제로 지적됐다”며 “피해자가 받는 일차적인 충격, 손상도 문제지만 진료받아야 할 환자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공익의 저해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말 고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국회와 정부가 앞다퉈 의료인 폭행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그뿐이었다”라며 “다시 이렇게 사고가 발생했다. 여전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의협 회원을 대상으로 의료인 폭력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다.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회원은 71.5%에 달했다. 이 중 10.4%는 다쳤고 봉합이나 수술, 단기간의 입원, 중증외상이나 골절로 이어진 일도 있었다.
1년에 한 두번 이상 폭언이나 폭력을 경험한다는 의사는 과반이 넘었다.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 이유로는 진료 결과에 대한 불만이 37.4%로 가장 높았고 진단서, 소견서 등 서류 발급에 관련한 불만도 16%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대기시간, 진료비용 등의 불만으로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폭언이나 폭력을 당했을 때 법적으로 대응한 경우는 28%였지만, 이 가운데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진 것은 10%에 불과했다. 그 이유는 경찰이나 사법 관계자의 설득 또는 권유로 인해 의사 본인이 고소, 고발을 취하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다시 내원한 때도 61%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의사는 해당 환자를 진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환자의 진료에도 영향을 미치거나 일상생활에까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회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 일반적인 진료실에서도 상당히 높은 비율로 폭언과 폭력을 경험하고 그 결과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의료법상 반의사불벌죄 폐지, ▲진료거부권 법적 명시 ▲환자가 진단서 등 의학적 소견 실린 문서를 허위작성·변조를 요청 시 처벌 규정 신설 ▲진료실 내 대피공간, 대피로확보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사는 원칙적으로 어떤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기본적인 책무이긴 하지만, 폭력을 행사하는 환자를 두고 볼 수 없다”며 “의사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환자에게도 문제가 된다는 인식이 커질수록 폭력이 감소할 것으로 본다. 정부가 법적인 제도 마련과 함께 의료인 폭행 근절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