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가수 솔비의 신곡 ‘눈물이 빗물 되어’ 뮤직비디오 촬영이 한창이던 서울 이태원 해방촌의 한 스튜디오. 노래에 맞춰 즉흥으로 춤을 추던 현대무용가 마담 빅의 얼굴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노래를 부르던 솔비의 뺨 위로도 눈물이 흘렀다. 메가폰을 잡은 심형준 감독과 스태프들, 심지어 제작과정을 카메라에 찍던 소속사 관계자마저 모두 울었다. “제 노래인데, 신기하게 눈물이 계속 나요.” 13일 오전 ‘눈물이 빗물 되어’ 발매를 앞두고 서울 강남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솔비가 들려준 얘기다.
솔비는 이날 정오 ‘눈물이 빗물 되어’를 발표했다. 솔비의 소속사 MAP 크루의 이정권 대표가 10여년 전 밴드 활동을 할 당시 만든 노래다. 솔비는 밴드의 예전 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이 노래를 접하게 됐다. 처음엔 ‘선율이 좋고 가사가 귀에 잘 들어온다’는 감상이 전부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노래가 아련한 기억으로 마음에 머물렀다. 입가에서도 계속 멜로디가 맴돌았다. 솔비는 그제야 ‘내가 이 노래를 무조건 불러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제 음악으로 나오지만, 저는 대리인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그저 대중에게 이 음악을 소개할 뿐이고, 대중이 이 음악의 진짜 주인 같아요. 어제 자기 전에 비가 오게 해달라고 기도를 많이 했는데, 오늘 비가 오네요. 느낌이 좋아요.”
솔비는 지난 몇 년간 ‘화가 권지안(솔비 본명)’과 ‘가수 솔비’의 ‘셀프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자신의 음악에 맞춰 퍼포먼스를 하면서 그림을 완성하는 프로젝트다. 캔버스는 무대가 됐고 솔비 자신이 거대한 붓이 됐다. 지난 6월 서울에서 개인전 ‘리얼 리얼리티’(Real Reality)를 열었고, 지난달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예술 축제 ‘2019 뉘 블랑쉬 파리’에서도 공연했다. 솔비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내 이 축제 출연을 따냈다고 한다.
자신의 내면에 천착한 음악과 미술을 꾸준히 발표해온 솔비는 ‘눈물이 빗물 되어’를 기점으로 대중과의 소통에도 나선다. 이 곡을 발라드로 편곡한 것도 “대중적으로 가장 편안하게 들리는” 장르라서다. 그는 “지금까진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왔는데, 이젠 대중과 호흡하면서 함께 부를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솔비는 이 곡이 자신의 음악인생에 전환점을 가져달 줄 것이란 생각에 싱글 제목도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라고 지었다.
“음악이 얼마나 사랑받느냐의 기준이 음원사이트의 순위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음악의 다양성을 계속 지키려고 했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간 많은 실험을 통해 저도 모르게 음악적인 성장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장이 대중과 만나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있다고 봐요. 저는 그 타이밍을 기다렸고요. 예술은 영혼의 교감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들은 제 음악에서 진정성을 느끼실 거라고 믿습니다.”
솔비는 다음달 유네스코 관계자들과 만난다. 유네스코 쪽 사람들이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2019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에서 솔비의 작품을 인상 깊게 본 덕이다. 솔비는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은 물론, 내가 하는 장르에도 더 자신감 갖고 더욱 공부해서, 많이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