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의 배신, 주택가격 33% 뛸 때 퇴직연금 1.88% 수익

퇴직연금의 배신, 주택가격 33% 뛸 때 퇴직연금 1.88% 수익

기사승인 2019-11-14 06:00:00

지난 5년간 퇴직연금이 1.88%의 수익률로 제자리 걸음하는 동안 전국의 주택가격은 33% 넘게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은 같은 기간 60% 넘게 올라갔다. 이는 퇴직생활을 준비하는 이들이 퇴직연금 보다 부동산 투자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14일 국민은행의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주택의 전국 평균매매가격은 2013년 말 ㎡당 286만원에서 2018년 말 382만원으로 33.6% 상승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당 평균가격은 2013년말 581만원에서 951만원으로 63.7% 뛰어 올랐다.

부동산 가격이 이처럼 폭등하는 사이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1%대를 유지했다. DB(확정급여)형의 2018년말 기준 최근 5년간 수익률은 1.91%, DC(확정기여)형과 기업형IRP는 1.97%, 개인형IRP는 1.46%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사실상 수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국민의 보유자산 70% 이상이 부동산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30.5%)이나 일본(37.8%)의 두배 수준이다.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해 집을 구매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3만4942명으로 2017년 상반기(2만6323명)보다 32.7% 늘었다.

정부는 이에 퇴직연금의 수익률 개선을 위한 대책을 전날 발표했다.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 원인이 가입자의 '방치'에 있다고 보고 금융회사가 알아서 자금을 ‘굴려주는’ 일임형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 또한 가입자가 상품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가 사전에 지정한 적격상품(디폴트옵션)에 자동 투자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와 새로운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수탁법인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퇴직연금 운용사간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사가 아닌 일반 기관도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퇴직연금의 세제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퇴직연금을 맡아 운영하는 금융사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퇴직연금의 50% 가량을 적립하고 있는 은행권의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연금 수령 고객에게 수수료를 면제하고, 손실이 발생한 고객에게도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월부터 사회적경제기업, 사회복지법인, 아이돌봄서비스,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대상으로 최대 50%까지, 사회초년생, 연금수령고객 등 개인고객에게 최대 70%까지 수수료를 인하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7월부터 수익을 얻지 못한 개인형(IRP) 퇴직연금 가입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퇴직연금이 부동산을 밀어내고 국민의 노후자금 마련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자리잡을 지는 미지수로 평가되고 있다. 부동산 '불패'에 대한 국민 정서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수도권 부동산이 꾸준히 수익을 창출해 오면서 국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부동산에 대한 맹신이 있다”며 “퇴직연금이 부동산 투자를 밀어내고 노후자금 마련의 수단으로 인식되기는 쉽지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연금의 가입대상도 확대된 만큼 퇴직연금이 부동산에 이어 두 번째 노후자금 마련 수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국민의 부동산 중심의 자산 형성을 고려해 주택연금의 가입연령을 60세에서 55세로 낮추고 가입주택 가격상한도 시가 9억원에서 공시가격 9억원으로 현실화하기로 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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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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