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의회권력 지형을 재편할 제21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4월15일 치러지는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닌다. 총선의 결과는 오는 2022년 치러지는 대선의 전초전이나 다름없다. 내년 총선은 정부-여당에겐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 야당에겐 내년 총선은 현재의 여소야대(與小野大)국면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달렸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탄핵사태 이후 지리멸렬해진 보수를 재건하고, 2017년 대선 및 2018년 지방선거 패배의 고리를 끊고 재도약을 이뤄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여야는 내년 총선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여야 한다.
여야는 으레 선거에서 충청권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곤 한다. 충청권은 전국 판세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표심의 특징은 대체로 진보와 보수, 여야가 묘한 힘의 균형을 이룬다는 점이다. 지난 20대 총선의 경우, 충청권 27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이 12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14개를 차지했다. 19대 총선에선 25개 지역구 중 민주당이 10개, 새누리당이 12개를 나눠 가졌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에 미치는 주요 변수는 무엇일까.
1. 선거법 개정안
선거법 개정과 정계개편은 내년 총선에 미칠 가장 중요한 변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은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충청권 의석은 줄어드나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나 전체적으론 의석수 증가가 예상된다. 현재 충청권은 대전 7석, 충남 11석, 충북 8석, 세종 1석 등 27석이다.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역구는 3~4곳 감소하는 대신, 비례대표는 8석까지 늘어나 최대 32석을 바라볼 수 있다.
선거법 개정안은 현행 의석수 내에서 지역구 의석을 240∼250석으로 늘리는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선거법 개정안 자체를 반대하는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3당간 절충이 제대로 될지도 불투명하다. 어쨌든 충청권에 선거법 개정이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2. 정개개편
정개개편은 선거제 개혁과 맞물려 있다. 여야 4당(한국당 제외)이 추진하는 선거제·개혁법안 신속처리안건 지정이 결실을 보면 정계개편 없이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20대 총선의 결과인 여소야대와 다당제 정치지형이 내년 총선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물론 군소정당들이 주장하는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 75석 고정·연동률 50% 적용'을 핵심으로 한 선거제 개혁이 관철된다면 총선에서 거대양당 중심에서 다당제로 바뀔 가능성이 없진 않다. 또 하나, 선거제 개혁이 무위로 끝난다면 야당발(發) 정계개편론이 급부상할 개연성이 높다.
야당발 정계개편의 큰 방향은 한국당 중심의 '보수 대통합론'과 여타 정당들이 연합하는 ‘제3지대론’ 두 가지. 그러나 어느 하나 가닥이 잡히지 않은 채 ‘혼란한’ 상태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당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도 예전처럼 ‘지역정당’이 없는 상황이어서 전국적인 흐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대 한국당의 거대 양당 대결구도가 흔들릴 개연성 낮아보인다. 다만 여타 군소정당들이 얼마나 선전할지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3. 조국사태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사안으로 조국사태도 빼놓을 수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는 충청권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충청권 중도·보수 야당들의 공세는 조 전 장관의 장관직 사태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총선이 임박하면서 이 사안은 재점화되면서 정부-여당의 실정과 실책을 비난하는 하나의 카드로 사용될 개연성이 높다.
조국사태가 터지기 전 내년 총선을 대하는 기본 캐치프레이즈는 여당은 '국정 안정론', 야당은 '정권 심판론'이었다. 그러나 이 이슈는 국민 사이에 파고드는 파급력이 월등히 큰 조국사태가 등장하자 일단 잠복했었다. 따라서 조국사태가 일단락된 만큼 여야의 당초 선거 캐치프레이즈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4. 한반도 정세
한반도 정세 역시 총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대형 변수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함께 남북관계 흐름은 여야를 ‘일희일비’하게 만들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남북관계 개선이 눈에 띌 정도라면 지난 해 지방선거 때처럼 여당에 유리한 선거 국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북미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남북관계 진전이 안 된다면 야당의 목소리가 커지고 여당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5. 정당하기 나름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선거에 나오는 ‘인물’이다. 교과서같은 얘기지만 여든 야든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들을 여하히 발굴해 적재적소에 투입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여야 각 당이 인재 영입과 쇄신, 공천 전략에 총력을 쏟는 건 이러한 맥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총선 공천룰을 최종 확정했다. 현역의원들 중 하위 20%에 대해 총점 20%를 감산하기로 한 게 눈에 띈다.
민주당 공천룰은 △상향식 공천 △시스템 공천 △전략공천 최소화 △도덕성 검증 강화 △현역의원 경선 원칙 준수 △해당 행위자 및 보궐선거 원인제공자 패널티 강화 등을 담고 있다. 한국당도 정치신인 발굴에 열심이다. 정치 신인에 최대 50% 가산점을 줄 계획이다. 아울러 △중징계·탈당·경선불복 최대 30% 감점 △현역 선출직 공직자 중도사퇴 30% 감점 △막말이나 부도덕한 행위자 별도 처리 등으로 정했다.
여야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공천룰의 실천이다. 지금까지의 선거에서 공천룰이 없어 선거를 엉망으로 치렀나. 정말 달라지지 않으면 국민에게 버림받는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