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충남의 한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과속차량에 치여 숨진 김민식 군을 비롯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희생된 어린이들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 ‘하준이법’,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 등 통칭 ‘어린이생명안전법’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자유한국당은 29일 오후 1시30분경 의원총회를 열고, 이들 법안을 포함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유치원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여·야가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며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데이터3법(개인정보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199건 모두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입법저지행위)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유는 지난 27일 0시를 기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을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강제상정 후 표결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긴급기자회견에서 “선거법 상정을 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에 앞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 통과시킬 수 있다.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정말 수많은 민생법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민식이 어머니·아버지, 하준이 어머니·아버지, 태호, 유찬이, 한음이, 해인이 어머니·아버지 우리 모두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면서 오히려 “민식이 어머니·아버지를 비롯한 우리 아이들 부모의 간곡한 호소에 호응해달라”고 청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국회선진화법은 다수세력에게 패스트트랙이라는 장치를 부여함과 동시에 소수세력에게는 긴급안건조정위원회 그리고 무제한토론과 같은 합법적이고도 명확하고 평화적인 저지수단을 부여했다”며 “불법 사보임, 안건조정위 무력화, 계속되는 불법과 다수의 횡포에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저항의 대장정을 시작하려 한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편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민식이의 어머니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듣고 복도에서 목 놓아 통곡했다. 하준이 등 다른 아이들의 부모들도 눈물을 흘리며 한국당의 처사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 피해가족은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 이건 아니다”면서 “아이들의 생명에 관한 법을 자신들이 거부하는 법과 바꿔치기하겠다고 거래를 하려는 행위다. 우리가 애들 살려달라고 때 쓰는거냐.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