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다거나, 장기적 저물가 현상의 전조가 보인다며 우려하는 발표들을 해왔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 가운데 높은 체감물가의 원인으로 높은 의식주 비용이 지목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일 해외경제포커스에 게재한 ‘주요국 물가수준의 비교 및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졌지만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물가수준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서울의 생활물가는 세계 주요 대도시보다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높은 체감물가에는 비싼 식료품과 옷값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근거로는 글로벌 통계 비교 사이트인 ‘넘베오’가 발표한 2019년 서울의 생활물가지수를 들었다.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의 생활물가지수는 337개 도시 중 26번째로, 취리히·뉴욕·도쿄보다는 낮았지만 파리·런던·홍콩 보다는 상위였다.
특히 과일과 우유 등 식료품 가격이나, 청바지를 비롯한 옷값은 서울이 주요 대도시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의 식료품 생활물가지수는 128.8로, 뉴욕(111.7)·도쿄(101.2)·파리(95.8)·런던(62.7)을 크게 웃돌았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자료에 의하면 맥주 1캔, 빵 1덩이 가격도 서울이 오사카·파리·홍콩보다 높았다.
의류 생활물가지수도 서울이 332.8로, 뉴욕·도쿄·런던보다 높았다. 임금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중하위권이지만 번화가 임대료가 더 비싼 사실도 높은 체감물가의 배경으로 꼽혔다. 2018년 기준 서울의 영업용 부동산임대료는 446개 도시 중 8번째로 비쌌다. 쿠쉬맨 앤드 웨이크필드가 집계한 서울의 번화가 임대료는 땅값이 비싼 전세계 30개 도시 평균의 1.4배에 달했다.
한편 한은은 “일부에서 저물가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한국 등 대다수 선진국의 저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면 물가상승률뿐만 아니라 물가수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며 단순히 저물가를 우려할 것이 아니라 물가수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