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삼성·LG전자 실적, 통상 탓만 할 순 없다 [취재진담]

반토막 난 삼성·LG전자 실적, 통상 탓만 할 순 없다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7-09 06:00:09
언제까지 중국, 미국 탓만 할 순 없지 않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다소 충격적인 2분기 가채점 결과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94% 감소한 4조6000억원을, LG전자는 46.6% 줄어든 639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양사는 부진한 이번 실적의 책임이 중국과 미국에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첨단 AI칩에 대한 대중 제재를, LG전자는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관세 비용 부담 등을 꼽았다.

앞서 1분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호조와 가전제품 판매 확대 등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예상 밖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주력제품인 반도체가 속한 디바이스솔루션(DS)은 직전 분기 대비 17% 감소한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 SK하이닉스는 7조4405억원을 거뒀다.

이에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을 예상한 듯 허리띠를 졸라맸다. 올 상반기 DS부문의 목표달성 장려금(TAI) 사업부별 지급률은 메모리 사업부 25%, 시스템LSI 12.5%, 반도체연구소 12.5%, 파운드리는 0%로 책정됐다. 앞서 메모리 사업부에서 매년 100%를 넘겨왔고 지난해 하반기 200%의 지급률이 결정된 것과 비교해 보면, 경쟁사 대비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부진의 여파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HBM 제품이 고객별로 평가 및 출하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하반기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LG전자 역시 하반기 △전장, 냉난방공조 등 기업간거래(B2B) △구독, 웹OS 등 Non-HW △소비자직접판매(D2C)로 대표되는 ‘질적 성장’ 영역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다가올 하반기 업황 역시 녹록지 않다. 오히려 더 나빠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8월1일까지 상호관세 유예기한을 연장했지만, 약 3주의 기간 내 협상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철강 50% 관세 부과에 따른 IT·가전업계 악영향은 현실이 될 것이다.

지금의 통상환경이 좋지 못한 것은 주주들과 온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대표 전자기업이라면 이처럼 먹구름이 드리운 업황 속에서 어떤 제품과 전략으로, 어느 시점에,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인지 좀 더 명확한 대비책과 시나리오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제는 하반기 전략과 더불어 통상환경에 대응할 세부 방안까지 주주들에게 제시할 시점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2025’를 통해 갤럭시 Z 플립·폴드 7 등 폴더블 신제품을 공개한다. LG전자는 하반기 무선 신제품 출시 등으로 프리미엄 제품군인 올레드 TV 시장 점유율을 공고히 하고, 다양한 신규 콘텐츠 확대로 웹OS 플랫폼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앞서 2년간 양사는 연말이 포함돼 있는 4분기 ‘우울한 성수기’를 보내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바 있다. 때문에 반등의 가능성은 사실상 3분기에 달려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IT·가전업체인 양사가 철저한 계획과 전략으로 악조건 속에서도 하반기 반등할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