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형 증권사들 가운데 한국금융지주가 올해 2분기 최다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 수혜에 따른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 효과와 운용손익 급증이 실적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은 해결 과제로 부각된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5대 대형 증권사(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의 올 2분기 연결기준 합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1조262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1704억원) 대비 7.89% 급증한 수준이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 모회사 한국금융지주가 2분기 순이익 3130억원으로 가장 높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이어 키움증권(2516억원), 미래에셋증권(2470억원), 삼성증권(2374억원), NH투자증권(2137억원) 순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늘어난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활성화 정책으로 인한 수수료 이익 증가가 꼽힌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상법 개정안 도입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자사주 소각 제도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등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개편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코스피는 신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달 25일 3108.25로 마감해 그간 투자자의 염원이었던 ‘삼천피’를 뛰어넘는 상승세를 선보였다. 지난 4월9일 미국발 상호관세 부과 쇼크에 장중 52주 최저점인 2284.72까지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저점 대비 상승률은 36.04%에 달한다.
코스피 급등에 일평균 거래대금도 늘었다. 거래대금 증가는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성 제고 요인이다.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도 23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26.8% 치솟았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5개 증권사)의 IB 관련 수수료 수익 등도 4.6%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지주가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에는 업권 공통 호재인 브로커리지 수수료 외에 운용손익 급증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금융지주의 2분기 운용손익은 약 3430억원으로 예상된다. 한국금융지주의 뒤를 이은 키움증권의 경우 1000억원가량의 운용손익이 예상됐다.
장영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실적 성장을 주로 견인할 요소는 운용손익으로 전망된다”라며 “증시 상승으로 기존 투자했던 투자자산 평가이익과 기타 금융상품 관련 평가이익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투자업계에서는 한국금융지주의 주주환원이 타사 대비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평가한다. 증권사들이 정부 방침인 주주환원에 집중하는 것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5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오는 2030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자기자본 15조원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경쟁사들이 자기주식 소각과 배당성향 상향 등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포함한 것과 비교하면 주주환원보다 장기 기업 성장성에 초점을 둔 것이다. 일례로 메리츠금융지주는 오는 2025년까지 연결 순이익의 50% 이상을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등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과 9월 각 5000억원씩 매입했던 자사주 1조원을 올 1분기 전량 소각하기도 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는 그간 주주환원 확대 요구 속에서도 성장을 중점 목표로 제시해 환원에 대한 언급을 꺼려왔다”며 “현재 증권업 주가는 실제 이익 성장보다는 저평가 해소 기대에 초점을 맞춰 상승하고 있어 타사와 동일한 정도의 저평가 해소는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금융지주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통상 증권가에서 투자의견 중립은 사실상 매도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