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UN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국가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수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3일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사회복지법인 프리웰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장애인 탈시설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정쟁과 무관한 어린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안, 장애인들의 삶과 인권을 증진시키는 법안,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는 법안들이 쌓여 있다. 이 법안과 함께 장애인 탈시설법안도 20대 국회에서 입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함께한 김미연 UN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은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은 전 세계 10억명에 달하는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념하는 날”이라며 “자기 삶의 의사결정권을 갖고 스스로 살 수 있도록 인권을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 UN 장애인권리협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함께 하는 것이 인류 발전과 사회경제적 진보 및 빈곤을 퇴치하는 노력에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UN에서 밝히고 있다”며 “모두가 거주지 선택의 자유,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자유, 특정한 곳에 살 것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활용하는 모든 시설이 장애인에게도 장벽 없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국가의 제도적 인권 차별의 구조적 요소로 시설이 지목된다. 시설이 장애인을 보호하고 지원한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개인의 선택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 다른 사람과 동등히 살 개별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로 탈시설할 수 있는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지난 2일 시설에서 자립한 장애인도 함께했다. 프리웰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퇴소한 서울시 장애인 지원주택 입주자인 신정훈씨는 “27살 때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다.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시설에 입주했지만, 지역 사회에서 누린 수많은 경험을 포기해야 했다. 어제 시설입소 20년 만에 서울시 장애인 지원주택으로 자립하게 됐다. 처음엔 힘들겠지만 적응하면 잘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하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이사장은 “더 시설에서 누군가에게 살라고 강요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장애인도 지역 사회에 나와 살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서울시 장애인 지원주택사업이 답이라고 본다. 하지만 서울시에 국한된 사업이다.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가 더는 기다려달라는 말은 하지 말고 탈시설 로드맵을 만들어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외 사례를 들어 탈시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1970년에 노르웨이에서 탈시설 운동이 시작됐고 1985년 노르웨이 정부 공식 보고서에서 시설이 사회·문화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1988년 시설 해체법을 제정하고 2008년 노르웨이 내 모든 시설이 해체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의 권리의 이름으로 장애인 거주 시설 폐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며 “사회·문화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장애인 거주 시설을 없애기 위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