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다수가 내년도 가계경제와 국내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각오를 다지면서도, 주머니에서 빠져나갈 돈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빈부격차에 따른 전망과 계획이 달라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분석도 가능해, 보다 세밀한 국가정책이 요구된다.
쿠키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C&I)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가계상황과 내년도 경기전망, 내년도 예상 가계지출에 대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를 진행해 4일 발표했다.
조사결과는 나빴다. 1년 전과 비교해 올해 가계경제가 어떻게 변했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5.9%가 ‘나빠졌다’(매우 나빠짐 22.6, 다소 나빠짐 23.2%)고 답했다. 반면 ‘이전과 비슷하다’는 응답이 27.0%, ‘좋아졌다’는 응답이 25.7%(매우 좋아짐 9.8%, 다소 좋아짐 15.9%)였다.
내년에 대한 전망도 크게 좋지 않았다. 내년도 국내경기가 어떨 것 같으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27.0%만이 ‘좋아질 것’(매우 좋아짐 8.2%, 다소 좋아짐 18.8%)이라고 했다. ‘이전과 비슷할 것’이라는 답변도 24.7%로 비슷했다. 하지만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은 45.5%(매우 나빠짐 24.8%, 다소 나빠짐 20.7%)로 과반에 가까웠다.
내년도 가계지출에 대한 전망은 내년도 경기전망 등을 고려할 때 우려스러웠다. 올해의 가계경제가 나빠지고 내년도 국내경기 또한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응답자의 53.4%는 가계지출이 ‘늘어날 것’(매우 늘어남 16.7, 다소 늘어남 36.7%)이라고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답변은 36.2%(매우 줄어듦 14.4%, 다소 줄어듦 21.7%)로 적었다.
지출이 가장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 항목은 ▲외식 및 여행, 여가비용(26.2%) ▲교육 및 자기계발 비용(22.5) ▲건강검진 등 의료비용(16.5%) ▲교통 및 통신비용(7.7%) ▲예금, 보험 등 저축비용(5.2%) ▲기타(20.5%)로 조사됐다.
반대로 지출이 가장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 항목도 ‘외식 및 여행, 여가비용’이 28.6%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예금, 보험 등 저축비용이 18.3% ▲교육 및 자기계발비용이 11.8% ▲건강검진 등 의료비용이 11.3% ▲교통 및 통신비용이 5.6% ▲기타비용이 20.4%를 보였다.
문제는 일련의 조사결과들을 함께 검토했을 때 보다 분명하게 나타났다. 당장 지출을 가장 많이 줄일 것이라고 답한 ‘외식 및 여행, 여가비용’의 예상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한 것을 두고 한 경제학자는 “(보다 자세한 정보가 없어 조심스럽지만)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서비스비용의 증가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근거로는 고정비용의 성격을 가진 항목 중 인건비 등과 연관된 서비스항목들의 지출이 절약의지와 함께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들었다. 그리고 외식 등과 함께 지출 증가와 감소 모두에서 많은 응답이 이뤄진 ‘교육’ 역시 인건비 비중이 높아 비용증가가 크게 우려되는 분야면서도 학비나 학원비 등으로 고정비용적 성격을 많이 띠고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여기에 가계경제가 나빠졌고, 경기전망이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할수록 교육비나 의료비, 교통·통신비 등에 대한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가계경제가 좋아졌고, 경기전망 또한 긍정적으로 하는 이들의 40% 이상에서 외식이나 여가 등에 소요되는 경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답한 것을 두고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될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 교수는 “(경기악화와 체감물가상승, 가계소득저하 우려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겠지만, 인건비 등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서비스분야면서 고정비용적 성격을 띠는 곳에 대한 지출이 늘어 삶의 질은 떨어질 것”이라며 “저소득층을 위한 저금리 전환대출과 같은 고정비용 절감을 위한 미시적 정책 고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빈부격차에 대한 고민도 시급해보인다. 상대적으로 가계지출이 늘고 경기전망을 긍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소비는 늘어나, 허리띠를 졸라맨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지 않겠느냐”면서 “양극화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악순환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