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륵된 ‘사모펀드’ 시장...규제가 능사 아니다

[기자수첩] 계륵된 ‘사모펀드’ 시장...규제가 능사 아니다

기사승인 2019-12-06 04:00:00

최근 DLF(파생결합펀드) 투자 손실과 라임운용사태(헤지펀드 환매 지연) 등으로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달 5일 개최한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 참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대규모 손실 우려로 주목을 받았던 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관련 사모펀드 환매 지연 등으로 인해 투자자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위원회도 사모펀드 뿐 아니라 신탁상품에 대해서까지 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사모펀드 규제 방안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모험자본 육성과 부동산 버블 규제 방안으로 사모펀드 규제 방안에 나섰고, 정부여당도 ‘자본시장활성화특위’를 만드는 등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에 따른 투자자 피해,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 등의 악재가 겹치자 다시 규제 방안으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단순히 금융상품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DLF 사태는 파생상품 판매한 일부 은행 직원들의 ‘모럴헤저드’, 그리고 감시감독에 나서야 하는 금융감독원의 부실한 리스크 대비도 한 몫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십여년 전 이전부터 파생상품 관련 대규모 손실은 꾸준히 이어져 왔으나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에도 소홀히 해왔다는 점도 비판받아야 한다.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대응은 키코(KIKO) 사태에서도 논란이 됐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 732곳이 3조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 하지만 금감원은 고위험 파생상품인 키코의 ‘거래 위험성’을 판매과정에서 고지했는지 등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쟁점들을 다뤄지지 않은 채 심의가 진행돼 은행직원 대부분이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은행권이 판매한 파생상품이 대규모 손실이 났을 때도 당국과 은행은 자체적인 쇄신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당시 일부 은행 직원들은 금융에 무지한 노년층을 상대로 파생상품 가입을 권유해 엄청난 손실을 내게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즉 근본원인을 되짚어 보지 않고 금융상품 자체 규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사모펀드나 파생연계상품은 일반적인 예금과 달리 리스크를 담보로 하는 투자 상품이라는 것이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 방안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투자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나 집단소송과 같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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