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공의 수련시간 주 80시간 제한 규정으로 대한병원 외과수술이 지연되고 있다는 한 언론 보도에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법을 전공의 수련시간이 80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전공의가 없어 외과 수술이 지연되고 환자들이 대기해야 하는 피해를 보고 있다는 해당 보도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전공의의 혹독한 근무시간이 주 100~120시간에서 80시간으로 줄어들기 전 대학교수와 전임의에게 우리가 근무하던 시간을 대신하라고 한 적도 없다. 그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수련병원의 적절한 의료인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하루에 수술 동의서를 15명, 20명씩 받는 주치의, 병동에서 70~80명의 처방과 기록을 써야하는 주치의, 회진 돌면서 환자의 이름이나 상태도 인간적으로 파악조차 불가능했던 전공의의 삶에서 이제 교육의 질과 환자의 안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병원 A 전공의도 “환자들에게 묻고 싶다. 36시간 이상 잠 못 자고 일한 전공의와 충분히 휴식한 상태로 나와 수술대에 오르는 전공의나 교수, 누구에게 수술을 받고 싶은가. 그런데도 전공의법 시행으로 수술 건수가 줄어 환자의 불만이 생긴 것으로 매체는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대전협이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공의의 과로가 환자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설문에 참여한 660명의 전공의 중 불충분한 수면으로 업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70.2%가 ‘항상 또는 자주 있다’고 답했다. 전공의들은 “36시간 연속 수면 없이 근무했다”, “이러다 죽겠다 싶은 생각을 하며 새벽까지 일한다”, “집중력이 떨어져 무거운 수술 도구를 나르다 다쳤다”, “환자를 착각해 다른 환자에게 검사하거나 투약할 뻔한 적이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전공의법 시행 전후의 전공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며 수련을 받고 있다”며 “환자 안전과 제대로 된 교육 그리고 전공의의 인간적인 삶을 유지를 위해서 전공의법은 지켜져야 하며, 서울대병원 외과의 주장이 마치 모든 수련병원 외과의 생각으로 오해할까 봐 염려된다”고 밝혔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외과 전공의가 수술방에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외과 전공의 대신 간호사가 수술방에서 환자의 배를 열고 닫는다는 얘기다. 서울 소재 병원 B 전공의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소위 기피 과목인 외과로 진로를 결정했지만, 수술방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수술방엔 간호사가 들어가고 반면 전공의는 수술방 밖에서 각종 잡일에 시달리며 발을 동동 구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를 제대로 가르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값싼 인력으로만 치부하는 병원, 전공의가 없어서 수술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주장하는 교수들을 보며, 오늘도 우리 전공의들은 비참하고 처절하다”고 토로했다.
대전협은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지금까지 끌고 온 모든 이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수십 년 동안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다 보니 결국 불법 의료인력을 고용하며 환자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고,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환자에게 상태와 수술법을 설명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전공의법의 근무시간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제까지 잘못된 현실은 바꾸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서 뒤떨어져 남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잘 가르치는 병원과 수술을 공장처럼 많이 하는 병원은 분명 다르다”며 “서울대병원 외과는 이조 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환자 안전을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