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가 서울대병원 필수과목 미이수와 관련해 인턴 110명에 대한 전공의 정원 감축을 단행한다는 소식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대전협은 지난 11일 보건복지부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의결되지 않은 서울대병원 처분 결과를 공개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 대전협은 “모든 회의내용은 철저히 비공개로 부쳐야 함이 맞다”며 “우리는 사안이 유리하든 불리하든 그 대원칙은 지키고자 했다. 복지부는 회의내용을 공개하려면 일관성 있게 공개하고 원칙을 정하기 바라며 정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인턴 수련은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에 의해 내과(4주 이상), 외과(4주 이상), 산부인과(4주 이상), 소아청소년과(2주 이상)을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잔여기간의 과목은 자유 선택으로 하되 2개과 이상을 추가로 이수해야 하고 규정에 따라 수련병원 또는 수련기관의 장은 인턴이 필수 수련과정을 이수한 경우 수료증을 발급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수련환경평가 결과 서울대병원 인턴 180명 중 110명이 필수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수평위는 전공의 법에 따라 수련규칙 위반에 대한 처분에 대해 논의 중이다. ▲전공의법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 ▲인턴 정원 축소 등은 정해졌지만, 아직 ▲해당 인턴의 추가 수련에 대해서는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필수과목 미이수 문제는 수련병원에서 편의적으로 수련 일정을 짜면서 벌어진다. 수련병원이 공지하는 인턴 수련표를 살펴보면, 규정에 따른 필수과목 수련이 빠진다는 제보도 적지 않다고 대전협은 밝혔다. 실제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수련이 아닌 인력을 보충하는 목적으로 인턴을 배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추가 수련이든 징계든 인턴 TO 감축이든 결국 전공의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수련병원의 잘못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전공의가 피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과거 이대목동병원의 비슷한 사례로 적발됐다. 불과 1년 만에 서울대병원에서 이런 일이 재발했다. 열심히 수련받던 100여 명의 귀중한 인재들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고 새로 들어올 인턴이 과중한 업무를 떠안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인력, 재정적 한계를 운운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평위는 전공의법의 준수 여부를 판단하고 전공의를 보호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면서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잘못이 반복되고, 법을 위반한 수련병원의 교수가 위원으로 있는 상태에서 서로서로 눈 감아주며 문제를 더 키우게 된다”고 꼬집었다.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병원 내 교육수련부의 근본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 회장은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교육수련부가 연차휴가와 전공의 휴게시간, 임금 등으로 전공의들을 협박하고 있다. 전공의의 수련을 돕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부서인지 전공의를 탄압하고, 감시하기 위한 부서인지 정체성이 의심스럽다. 앞장서서 병원 내 전공의협의회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곳도 전체 1/10이 넘는다”며 “이번 서울대병원 사태에서도, 교육수련부의 잘못이 명백하며 그 책임은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전협은 서울대병원 전공의 회원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대응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박 회장은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1년간 인턴 수련을 올바르게 마쳤다. 이들이 수련병원의 무책임함과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 능력 부재로 인해 불합리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대처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와 긴밀하게 논의 중이며 해당 전공의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수평위에서 적극적으로 대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