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향년 94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사람이 곧 사업’이라고 강조해온 소탈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경영인이었다.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고 구인회 창업 회장의 장남으로 1970년부터 25년간 2대 회장으로 그룹을 이끌었다.
구 명예회장은 생전 ‘강토소국 기술대국’ 신념을 갖고 연구개발에 앞장서 화학·전자를 중심으로 한 산업강국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구 명예회장은 “생산기업을 시작하면서 항상 마음에 품어온 생각은 우리 국민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영철학에 대해서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제품 국산화를 통해 산업 고도화를 선도할 것이고, 부단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업 활동의 질적인 선진화를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혁신은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국가 발전, 나아가 사람들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LG그룹의 창업정신인 ‘인화(人和)’를 인간중시 경영, 소비자 존중 경영, 나아가 국민을 알고 위할 줄 아는 경영, 더 나아가 인류의 장래에 기여하고자 하는 정신을 포용하는 ‘세계화의 전략경영 이념’으로 승화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영혁신은 종착역이 없다”, “사람이 곧 사업” 등 혁신과 인재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현재의 경영계에서도 의미있는 울림을 준다.
그룹을 이끈지 20년이 지난 후에도 구 명예회장은 혁신에 대한 주문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1992년 펴낸 저서 ‘오직 이 길밖에 없다’에서는 “경영혁신을 하면서 ‘여기까지가 끝이다’라고 하게 되면 그것이 곧 발전의 한계가 된다. 경영혁신은 끊임없이 더 높은 목표를 지향하여 추구해야 하는 ‘종착역이 없는 여정’”이라고 썼다.
1995년 이임사에서도 “신임 경영자들을 중심으로 혁신을 더욱 가속화해서 내 평생의 숙원과 우리 모두의 꿈을 반드시 이루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인재란 ‘그 시대에 필요한 능력과 사명감으로 꽉 찬 사람’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구 명예회장은 “사업을 맡길 만한 인재가 길러지지 않고는 아무리 유망한 사업이더라도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라면서 “경영자가 가장 중요한 경영 자원을 소홀히 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경영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재를 생각할 때는 완성된 작은 그릇이기보다 가꾸어 크게 키울 수 있는 미완의 대기에 더 큰 기대를 걸어왔다”라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