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아주대학교 외상센터 교수의 제자인 이호준 국군수도병원 외상센터 외상진료팀장이 팔 절단 위기의 군 장병의 봉합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6일 오후 강원도 춘천의 항공부대에 복무 중인 김모(21) 상병은 후진하던 유조 차량과 후미 차량 사이에 끼여 왼팔의 뼈와 근육, 혈관이 모두 끊어지는 큰 사고를 당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군 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에 사고가 접수됐고 센터는 즉시 헬기를 이용해 국군수도병원에 김 상병을 긴급 후송했다. 그사이 소속 군의관인 진원영용 대위가 과다출혈을 막기 위한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김 상병은 사고 발생 1시간께 지난 후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은 김 상병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검사실과 수술실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이었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혈액검사, 마취를 거쳐 수술실로 곧바로 이송됐다.
이호준 소령은 “차량 사이에 낀 왼팔 상완부(윗팔뼈)가 완전히 짓눌리면서 동맥 1개와 정맥 2개가 각각 10㎝가량이나 끊어져 있었다. 심지어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구획증후군’이 동반돼 맨눈으로 손상 부위를 찾기도 힘들 정도였다. 팔 내부의 뼈와 혈관은 모두 끓어지고, 피부만 붙어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 소령은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교수의 제자다. 이 교수와 함께 외상환자를 치료하다 올해 3월 국군수도병원 외상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17년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을 이국종 교수와 함께 수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수술에는 이 소령 외에도 동료 전문의 5명, 간호사 10여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김 상병의 팔을 절단할지 이어 붙일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았다. 더욱이 끊어진 혈관은 6시간 안에 이어붙여야 괴사를 막을 수 있어 신속한 조치가 필요했다.
이 소령은 미군 의료진과 함께했던 학회 때 배운 ‘수액 줄’을 떠올렸다. 수액 줄을 혈관에 넣어두면 혈관을 이어붙이는 수술이 끝날 때까지 임시로 혈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의료진은 손목 요골동맥을 절개한 틈으로 가느다란 관을 넣어 끊어진 혈관 끝을 찾고 그 사이를 수액 줄로 이어붙였다. 그러는 사이 다른 의료진이 김 상병의 오른쪽 허벅지에서 ‘대복제 정맥’을 30㎝가량 가져와 혈관 3개를 차례로 연결했다.
다음 날 아침, 12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마쳤다. 이 소령은 “신속한 환자 이송과 여러 전문의를 빠른 판단과 조치가 어우러져 김 상병의 왼팔을 이어붙일 수 있었다”면서 “이국종 교수의 제자로 같이 일하면서 배운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상병의 팔은 수술 10일 후인 17일 현재 일부 감각이 돌아왔다. 완치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선 최장 1년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다.
국군 의무사령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군 장병이 어느 곳에서 다쳤어도 항상 헬기를 이용해 신속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국군수도병원은 오는 2020년 3월 국군외상센터가 개소하면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 환자까지 진료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호성 국군수도병원장은 “국군을 우선 치료하기 위한 외상센터지만, 국가의 외상치료 자산으로서 공공의료의 중심 역할을 하자는 뜻으로 민간인 진료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