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건강 사각지대 여전”

“기초생활수급자, 건강 사각지대 여전”

비급여 항목, 입원 치료 시 식비 등은 본인부담으로 치료 어려워

기사승인 2019-12-21 05:00:00

#최근 인천 중구의 한 마트에서 우유와 사과 6개를 훔치다 적발된 기초생활수급자 A씨가 화제였다. 배고파서 훔쳤다는 말에 마트 주인이 A씨를 용서하고 경찰은 국밥을 사 먹였다. A씨는 당뇨, 고혈압 등의 질환을 앓고 있었고 치아 상태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생계급여로 160만원을 받는다는 언론 보도에 그 정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했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

법으로 명시된 기초생활수급자가 받는 최저생계비의 정의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저 말을 들으면 허탈하게 웃는다”며 “건강과 문화는 이들에게 먼 이야기다. 최소한의 비용이라고는 하지만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한다는 게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생활습관, 노동환경 등으로 인해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의료급여를 받는다고 모든 치료를 적은 금액으로 받는 것은 아니다.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다 보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라도 최저생계비에 맞춰서 살 수 있는 건강상태, 환경인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다”며 “각자 빈곤과 싸우면서 얻은 자신의 사정에 대해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A씨도 당뇨를 앓고 있어 당뇨 환자식을 먹었어야 했는데 최저생계비를 받으며 홀어머니와 아들을 데리고 사는 상황에 가능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도 기초생활수급자의 건강이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김혜미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간사는 “의료비 중 비급여 항목은 모두 본인 부담이고, 입원했을 때 식비도 마찬가지라 제대로 치료받기 어렵다”며 “의료급여를 받는다 하더라도 건강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시혜나 자선으로 해결하는 데 이는 제대로 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김 간사는 지적했다. 그는 “일이 터져야 지원금이 나오는데 신청한 사람만 받게 된다”며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정보 접근성에서도 밀리는 경우가 많아 ‘그림의 떡’일 때가 많다”고 아쉬워 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A씨의 소식을 듣고 치과 진료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치협은 “치아 상실에 의한 저작 장애는 영양섭취에 지장을 줘 전신 질환과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특히 저작계기능장애는 노인의 인지기능 저하를 초래해 치매, 기억장애, 인지장애 위험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료급여 제도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과 진료는 지자체에서 지원하지만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만 65세 이하이더라도 틀니, 임플란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치과 방문이 어려운 기초수급자들의 구강건강과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정부가 치과 치료를 지원하는 정책들을 하루빨리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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