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을 앞에 세워놓고 '일국양제 모범생' 마카오를 격려하는 행사였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마카오 방문이 끝나자마자 중국이 관변 학자를 앞세워 홍콩에 국가보안법 제정 압력을 가했다.
2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같은날(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의 홍콩 연락판공실에서 법무부장을 지낸 왕전민(王振民) 칭화대 교수가 베이징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홍콩이 지체 없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왕 교수의 이번 발언은 시 주석이 마카오에서 국가 안보 수호 노력을 강조한 직후 나온 것이다.
앞서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고 국가보안법 제정을 다각도로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 23조는 홍콩 특별행정구가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국가 전복과 반란을 선동하는 행위나 외국과 연계된 정치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이미 규정하고 있다.
이런 기본법 내용에 따라 홍콩 정부는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명의 홍콩 시민이 거리 시위에 나서 반발함에 따라 법안이 철회됐다.
반면 마카오에서는 10년 전에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제정됐다.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를 겪으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 중에서도 일국 요소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10월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마치고 발표한 공보문에서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전 수호를 위한 법률 제도와 집행 시스템을 건립한다"는 내용을 넣어 법률적 수단을 동원한 홍콩 통제와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시사했다.
하지만 홍콩 사법 주권 침식 우려를 낳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 강행이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초래한 가운데 중국의 노골적인 압력 속에서 국가보안법 도입이 재추진된다면 홍콩의 정치적 갈등은 더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