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될 경우 비례대표 의석확보를 위한 위성정당인 ‘비례한국당’을 창당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자 정치권 곳곳에서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당장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하며 공직선거법 개정에 참여했던 ‘4+1 협의체’ 소속 정당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여기에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방식의 합법적 의사진행 저지행위)에 동조하며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과정의 문제점을 함께 지적해온 ‘새로운보수당’조차 ‘비례한국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한국당이 ‘비례한국당’ 창당을 공식선언하자 구두논평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대표되는 정치개혁의 방향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정치적 유·불리로 선택하는 비례한국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도 어렵겠지만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정춘숙 원내대변인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국민의 민심이 더 잘 반영되고,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려고 했던 것”이라며 “비례한국당을 만든다는 것은 오직 한국당의 이익 외에는 어떠한 정치개혁에도 관심이 없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하며 한국당의 행태를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해괴망측한 망상을 현실화하겠다는 한국당의 무모한 도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의 명령, 시대의 소명인 선거법 개혁의 취지를 완전히 말소시키고 농락하는 반민주주의적 처사다. 비례한국당을 만든다면 ‘위성정당’이 아닌 ‘운석정당’이 돼 한국당을 파괴하고 멸망시키는 필연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군소정당들도 동참했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은 “탄핵 이후 사분오열되어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극우보수 세력들에게 비례한국당은 시궁창에 구정물 한 바가지 더 붓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라며 “반드시 실행에 옮기길 바란다. 자기 꾀에 넘어간 여우 마냥 한국당의 우스운 꼴을 꼭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비꼬았다.
여기에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비례한국당을 ‘탈법’과 ‘꼼수’라고 규정하며 “비례한국당을 만드는 순간 한국당은 영영 수권할 수 없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했고,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도 ‘반개혁적 꼼수 발상’이라며 “입법 권력의 재편을 요구하는 거대한 민심 앞에 헛된 꿈에 사로잡혀 안간힘을 쓰다가는 결국 좌초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의 수장이자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준비 중인 유승민 의원조차 한국당의 비례한국당 창당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례한국당은 정말 기괴하고 비정상적인 정당”이라고 한국당의 행태를 외면했다.
다만 “일종의 변태적인 정당이 나오도록 만든 건 민주당과 2중대의 책임”이라며 한국당의 비정상적인 결정의 궁극적인 원인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여타 정당들의 책임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