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불편자의 의료접근성 개선을 위해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왕진 시범사업’이 27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견이 각양각색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차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 의료기관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모집했다. 애초 복지부는 400개 의료기관을 모집하고자 했지만 348개 의원이 참여 신청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07개로 가장 많았고 경기 92개, 충남 18개, 전북 17개 순으로 참여했다. 진료과목별로는 일반의 182개로 52.3%를 차지했고 내과 61개, 가정의학과 29개, 이비인후과 19개 순으로 나왔다.
앞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사업 참여 의원에 왕진을 요청할 수 있다. 환자는 왕진료 시범 수가와 해당 의료행위 비용에 대해 30%를 부담한다. 왕진료는 의료행위·처치 등이 모두 포함한 경우 약 11만5000원, 별도 행위료를 산정하는 경우에는 약 8만원으로 책정된다.
이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은 다양했다. 장현재 파티마의원장은 시범사업 시행 이전부터 왕진을 진행했다. 그는 재가복지센터를 같이 운영하는데 센터에서 관리하는 어르신이 못 움직일 때 직접 환자의 집으로 방문해 진료를 보곤 했다. 장 원장은 “왕진 취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여러 진료과에서 이번 사업에 참여해 기쁘다”며 “왕진이 법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사업으로 진행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진료에 대한 수가도 준다니 좋다. 고령화 시대로 가는 만큼 왕진에 대한 요구도 커지니 그에 따른 수가도 필요했다”고 밝혔다.
장 원장은 “현재는 재진만 하게 돼 있어 진료를 보던 환자라 건강상태도 알아서 편하고, 보호자도 알아서 안심할 수 있다”면서도 "초진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병원에 올 수 없는 환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의료진의 안전을 위한 수단도 있어야 한다. 또 왕진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병원으로 환자를 위한 방문 진료를 진행하고 있는 김영완 서산의료원장은 “왕진은 공공의료의 일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필요한 사업”이라며 “애초 400개 의료기관을 모집하고자 했지만 348개가 참여했다. 이로서도 대단하다고 본다. 저수가로 된 것은 사실이다. 아쉬운 면이 있지만, 시범사업으로 조정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왕진 시범사업’에 대해 꾸준히 반대했다. 회원들에게 불참을 독려하는 공문을 배포하기도 했지만, 의료기관의 참여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왕진은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는 문제다. 많은 논의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이 이뤄져야 했다. 왕진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여한 분들이 미래에 제대로 된 왕진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 데 흐름을 이해하고 참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협 차원에서)문제 제기하는 것은 정책 결정 과정과 향후 시범사업이 심하게 왜곡됐을 때 의료계에 모든 책임이 전가될 것에 대한 우려다. 국민적 요구가 많아 정책을 만들고자 했다면 더 면밀한 검토가 있었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시범사업이 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협이 보다 강력하게 왕진을 막았어야 한다는 개원가 원장도 있었다. 그는 “의협이 복지부와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본다. 의협은 회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어야 했다. 명확한 투쟁 노선을 보이지 못했다. 모든 건 의협 집행부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번 시범사업에서 방문 진료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만 국한됐는데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혼탁한 경쟁으로 빠져든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힘든 경제 상황으로 많이 신청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