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정부의 지원 속에 2019년 신남방 지역 금융영토를 적극적으로 넓히는 한 해를 보냈다. 하나은행의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2대주주 등극이나 국민은행의 캄보디아 대출 점유율 3위 금융기관 인수 등이 대표적인 성과다.
은행권은 저금리 장기화와 정부의 대출규제로 촉발된 저성장 문제의 해법을 해외 진출에서 찾고 있다. 특히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금융선진국 보다는 이제 금융화가 진행중인 신남방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나서는 등 은행들의 신남방 진출을 독려하는 상황이다.
신남방 지역은 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인도·싱가포르·캄보디아·필리핀·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10개국과 인도를 말한다.
◆하나은행, 베트남 BIDV 1조원 지분투자=올해 국내은행의 신남방진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사례가 하나은행의 베트남 자산규모 1위 은행이자 4대 국영상업은행 중 하나인 BIDV(Bank for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Vietnam)의 지분 인수다.
BIDV는 베트남 최대 자산규모의 국영상업은행으로 2018년말 연결기준 총자산 규모가 66조원을 넘어선다. 증권은 물론 보험, 리스, 자산관리 등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지난해 순이익만 3800억원에 달한다.
하나은행은 BIDV의 1조원의 지분투자를 통해 2대 주주로 등극했으며, BIDV가 보유한 베트남 전역 1000여개의 지점 및 사무소 등 방대한 영업망을 활용해 금융한류를 이끌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지분인수를 통해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 캄보디아 프라삭 인수=그동안 해외진출 개척에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국민은행도 올해 신남방 지역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은행을 포함한 캄보디아 전체 금융기관 중 대출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소액대출금융기관(MDI)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70%를 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 특히 국민은행은 프라삭의 잔여지분 30%도 2년 이후 취득해 완전자회사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프라삭은 캄보디아 MDI 시장 점유율 41.4%에 달하며 캄보디아 내 177개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MDI는 일반 마이크로파이낸스(MFI)와 달리 정기예금 및 저축성 예금 수취가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프라삭에 리테일 및 디지털 부문의 역량을 이전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프라삭을 상업은행으로 전환해 캄보디아 금융영토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 인도네시아 첫 해외법인 출범=은행권의 올해 신남방 진출은 민간은행을 넘어 국책은행으로까지 확대됐다. 기업은행은 지난 9월 인도네시아 2개 은행을 인수합병(M&A)해 동남아 첫 현지법인인 IBK인도네시아은행을 공식 출범시켰다.
기업은행이 출범시킨 IBK인도네시아은행은 현지 아그리스(Agris)은행과 미트라니아가(Mitraniaga)은행을 인수해 합병한 은행으로, 기업은행 설립 이후 최초의 해외은행 인수합병(M&A) 사례이다.
기업은행은 아그리스 17개, 미트라니아가 13개 등 현재 30대 수준인 현지 영업망을 2023년까지 55개로 늘려 현지영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중소기업 전문은행으로써 그동안 쌓은 역량을 통해 인도네시아 중소기업 금융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산업은행 역시 미얀마 진출에 도전해 은행권의 신남방 진출이 국책은행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 신남방 진출 발 벗고 지원한 정부=은행권의 신남방 진출은 사실 지난 십수년간 진행된 노력이다. 그럼에도 올해 유독 은행권의 신남방진출이 성과를 창출하거나 속도가 붙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아세안과 인도 등 잠재력이 큰 신남방 국가와의 관계를 ‘미중일러' 4강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신남방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문 대통령이 신남방지역 11개국 순방을 모두 마치면서 국가 간 관계개선에 주력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올해 국내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얀마 국가고문을 대상으로 한국계 은행들이 미얀마에서 영업허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시 최대 난제인 현지 당국의 인허가 문제가 외교적 채널을 통해 문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에서 금융업 인허가를 받는 문제는 단일 금융회사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양국의 관계에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