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최근 글로벌 투자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반의 경영을 강화하고 나섰다. 글로벌 투자자금 가운데 ESG에 기반해 투자되는 자금이 늘어나면서 금융권도 소위 ‘착한 경영’으로 불리는 ESG경영체계 확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27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사회공헌문화부’를 ‘ESG전략부’로 개편했다. 동시에 KB국민은행은 현 소비자브랜드전략그룹을 ESG 총괄조직으로 재편했다. 또한 하나금융의 주력 관계사인 하나은행도 26일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기획그룹 아래 ‘사회가치본부’를 신설했다. 두 금융회사는 ESG경영체계 확립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
여기에 여타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 역시 ESG경영을 강화하기는 매한가지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7대 전략과제의 하나로 ‘ESG 체계 확립’을 선정하고 ‘ECO Transformation 2020’ 로드맵에 따른 친환경 경영체계를 구축해 왔다. 우리금융지주도 올해를 ‘지속가능경영 원년’으로 선포하고 ESG경영체제를 구축하는 한 해를 보냈다.
금융권이 ESG경영체계 확립에 속도를 내는 것은 ESG 등의 비재무적 요소가 최근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투자기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잣대 중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술·도박과 관련된 기업에 일절 투자하지 않고 있으며, 스웨덴 공적연금인 제2국가 연금펀드(AP2)는 지난해부터 운용자산의 30%를 ESG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도 미 연기금 가운데 처음으로 ‘지속가능한 투자원칙’을 도입했고, 심지어 한국거래소는 ESG 지수 개발에 나선 상태다.
특히 금융권의 높은 외국인 지분 비율은 이러한 글로벌 ESG투자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실제 KB금융(66.51%), 신한금융(64.40%), 하나금융(66.84%) 등의 외국인 지분비율은 60%를 넘어선 상태다. 그나마 정부의 관리를 받았던 우리금융(30.29%)이 절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지분비율이 높은 금융사들에게 글로벌 투자 트렌드는 핵심 경영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나 지주에서 최근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거나 ESG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시장에서 ESG에 대한 수요가 그 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ESG 경영을 통해 투자 수요를 확보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ESG 투자는 향후 저성장의 경기침체 상황 아래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교보증권 측은 ‘2020년 경제의 열 가지 거대 움직임’ 가운데 하나로 ‘ESG 구조의 중요성과 투자 스펙트럼의 확대’를 꼽고, 그 이유에 대해 “경기침체 구간에서는 투자에 있어 재무적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가운데,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SG투자는 공공이익과 장기적인 잠재성장률 향상을 이끌 수 있는 인프라 투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