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저물어간다. 대한민국 국회도 한 해 동안 숨 가쁘게 돌아갔다. 여러 중대한 사안들도 터졌다. 특히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통과되며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로 1년 내내 진통을 겪었다.
더구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부터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 자유한국당이 명명한 ‘친문 3대 국정농단’까지 검찰과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연루된 각종 의혹과 진실공방으로 국회는 물론 서초동과 광화문 일대까지 전국이 들썩였다.
이처럼 시끄럽게 돌아간 2019년도 정치권을 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 마디로 ‘무능과 과격 사이를 오가며 성과 없이 요란하기만 했다’였다.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국민의 뜻을 받든다며 정작 민생과 경제는 뒷전으로 미루고, 정쟁만 일삼았다는 평가다.
실제 20대 국회는 법안처리율이 30%를 조금 넘으며 ‘역대 국회 중 최악’이란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보다 못하다는 ‘최악 중의 최악’이란 혹평을 받았다. 나아가 무능함을 뜻하는 ‘식물국회’라는 평가는 20대 국회를 대변하는 단어가 됐다. 더구나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인 ‘폭력’이 난무했다는 비난을 담은 ‘동물국회’라는 오명도 연내에만 2번이나 들어야 했다.
그리고 이같은 행태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난 30일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정치권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극한대립 속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쟁점법안들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유치원3법’, ‘데이터3법’, ‘해인이법’, ‘제윤이법’ 등 민생에 직결된 법안들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고 기대됐던 비쟁점 민생법안과 각종 경제분야 활력제고를 위한 경제법안들은 여전히 국회 본회의의 문턱에 걸린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심지어 지난달 29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신청된 199개 법안 중 대다수는 여전히 필리버스터가 풀리지 않았다. 더구나 선거구획정 등 여야간 대립이 계속될 내년에도 처리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뭣이 중한지 모르는 국회와 정치판인 듯…. 여전히 구태를 못 벗는 21세기 정치의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만 하다”고 댓글을 통해 아쉬움과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 다른 이는 “유치원3법은 선거법 공수처법보다 못 한 건가. 우선순위는 누가 매기냐”며 정치권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해인이법’ 등 민식이법과 함께 통칭 ‘어린이생명안전법’으로 묶인 법안의 국회통과를 간절히 희망했던 어린이교통사고 피해유가족들과 ‘재윤이법’으로 대변되는 의료기관의 사망 등 중대 의료사고의 의무보고를 규정한 ‘환자안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한 환자들과 의료사고피해 유가족들은 여전히 정치권을 향해 눈물을 흘리고, 옷이 헤지도록 무릎을 꿇고 있다.
이와 관련 유치원3법을 발의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유치원3법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어찌보면 어이없고 어찌보면 참담한 심정”이라며 “여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본회의가 정회됐고, 그렇게 끝이 났다”고 한탄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이 정쟁의 볼모로 유치원3법을 붙잡고 있는 탓도 크지만, 어른들의 관심사인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에만 몰두한 국회 모든 정치세력의 무책임한 태도도 이 사태에 한 몫하고 있다”며 “이렇게 유치원3법이 처리되지 못한 채 표류만 하다 폐기되는 것 아닌지 우려가 크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민생법안이다. 제발 통과를 위해 도와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