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조롱해도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 “제가 의사인데 XX 법무부 장관은 정신병이 있다. 정신병 환자가 자기가 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 정신병이 아니다. 정신병자를 믿는 사람은 뭔가”, “웃기고 앉아있네. XX같은게”…. 이러한 거친 말들은 지난해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장애인 비하 및 혐오 표현들이다.
정치권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이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이번 의견표명을 통하여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혐오·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관심과 주의를 촉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정쟁으로 봐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 실장은 “정치인의 혐오표현 대상의 대부분이 장애에 대한 것이 많다”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언은 계속됐다. 다만 이를 언론에서 정쟁의 한 부분으로 치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쟁의 하나로 국민에게 보인다면 국민도 그렇게 인식한다. 장애 혐오를 중심으로 인식해야 한다. 사회적인 문제로 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이나 정당의 수준까지 볼 수 있는 것”이라며 “마치 시정잡배들이 술자리에서 하는 농담을 본인이 대단히 중요한 말을 하는 듯이 장애인 비하 발언을 일삼기도 한다. 기본적인 수준을 얘기해야 하는지, 정치 현실을 개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고급스러운 형태의 표현이나 풍자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정치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내에서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있어 희망을 품는다고 이 실장은 전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정당 차원에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비록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하더라도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식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장애 혐오 발언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끊임없이 이의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연 UN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은 UN장애권리협약 제8조인 ‘인식 제고’를 강조한다. 해당 협약 내용은 국가 내 행정부처·입법기관·사법기관·사기업 등에서 장애에 대한 이해와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대한민국도 장애권리협약에 비준한 국가로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사회적으로 장애인의 복지제도나 정책이 발전해도 장애인의 차별·혐오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치인이 긴박한 상황이나 복잡한 상황 속에서 한 발언이었겠지만, 가장 나쁜 표현을 장애인에 빗대서 사용한다면 국민에게도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솔선수범해도 모자란 정치인의 장애 인식 수준을 드러낸 것도 안타깝다. 또 장애를 겪는 국민이 비하되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할 행위”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국회 차원에서 장애인 인권에 대한 교육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라고 장애 인식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니다”라며 “대부분 공공기관은 장애 인식 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에는 교육이 없는 듯하다. 전체 국민 중 장애인의 비율이 4.5~5.5%라고 하지만 장애 가족, 장애 관련 기관 종사자 등을 포함하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발언 하나하나에 이분들이 다 상처받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의 조처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강력한 시정 권고가 아닌 의견표명에 그쳐 인권위의 결정을 규탄하기도 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