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4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산모 7명이 원인 불명의 폐질환으로 입원했다. 이 중 4명이 사망에 이르렀고, 그 해 8월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미상의 폐손상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역학 조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알리며 관련 제품 사용 중지를 권고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판매가 중단된 2011년까지 20개의 종류가 연간 60만개 가량 이미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894만~1087만 명이다. 이 중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4월 기준)는 1403명이며, 피해자는 6384명(가습기살균제 참사 네트워크)에 이른다.
지난해 5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 질환으로 간질성폐질환 항목을 추가한 바 있다. 하지만 ‘간질성폐질환’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간질성폐질환이란 폐에는 공기의 순환이 일어나는 폐포 사이에 섬유화가 진행되어 폐가 점점 딱딱하게 굳어가는 질환을 말하며 ‘폐섬유증’으로 불리기도 한다. 폐섬유증 이외에도 다양한 질환들이 포함되는데 각 질환에 따라서 증상의 중증도와 경과 및 예후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간질성폐질환은 흡연, 대기오염, 특정 유해물질 흡입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크게 특별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인 경우(특발성 간질성폐렴, IIP)와 유발 원인이 밝혀진 경우(약물, 결체조직질환, 직업 및 환경적 요인)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특발성 폐섬유화증이 간질성폐질환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반면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가장 예후가 좋지 못한 질환으로 비가역적으로 진행하는 폐 섬유화로 인해 결국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간질성폐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숨이 차는 듯 한 호흡 곤란과 마른기침이다. 계단을 오르거나 많이 걸었을 때, 아침에 일어나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숨이 차는 증세를 보인다. 증상이 폐렴과 비슷하여 간혹 폐렴과 간질성폐질환을 오인하기도 한다.
폐렴은 염증이 폐포 내에서 발생하고 가래를 동반한 기침을 하는 반면, 간질성폐질환은 염증이 폐포 벽에서 발생하고 가래가 없는 마른기침이나 색이 투명한 점액성의 가래를 동반한 기침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폐렴은 항생제로 쉽게 치료가 가능하나 간질성폐질환은 염증 제거를 위해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등 처방약물에도 차이가 있다.
단순 폐렴과 간질성폐질환의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혈청 마커 등의 보조 진단이 가능한 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 및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KL-6(Kerbs von den Lungen-6)는 제2형 폐포상피 세포표면에서 발현되는 고분자량 당단백질이다. 간질성폐질환에서 손상되거나 재생되고 있는 하기도(下氣道)의 상피세포로부터 KL-6의 분비가 증가하며, 혈청 중 KL-6의 양은 간질 폐 조직의 손상상태를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KL-6는 간질성 폐질환을 진단하는데 유용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간질성폐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을 지닌 환자에게 KL-6 검사를 영상 검사와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면 특발성 간질성폐렴 및 결체조직질환 연관 간질성폐질환의 진단과 모니터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GC녹십자의료재단 관계자는 “KL-6 농도 검사는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간질성폐질환 임상진료지침 개발위원회에서 발간된 간질성폐질환 임상진료지침에 소개됐다”며 “최근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특발성 간질성폐렴 및 결체조직질환 연관 간질성폐질환 보조진단에 안전성 및 유효성이 있는 의료기술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간질성폐질환은 질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특발성 간질성폐렴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생존에 도움을 주는 치료제가 없다.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여러 가지 환경적 유해요소가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간질성폐질환으로 인해 폐가 손상되면 다시 원상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정확한 진단을 통한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질환이 더 심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므로 조기 진단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