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정권장악력과 2022년 대선의 향배에 결정적 역할을 할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늦었지만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적용을 앞두고 있는데다, 각 정당들도 본격적인 총선체제로 전환하는 등 정계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움직임이 숨 가쁘다. 정치권에 흐르는 기류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의 강세가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장외투쟁과 여론전 및 고소·고발, 보수대통합을 위한 원내교섭, 비례대표 의석확보를 위한 위성정당 창당준비 등 분위기 반전을 위한 모습이 곳곳에서 관측된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범여권도 평온하지만은 않다. 당장 선거준비와 별도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선거구 획정, 검·경 수사권 조정, 유치원3법, 데이터3법 등 민생·경제·정치현안 해결을 약속한 사안들이 국회에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선을 치른 후에도 정국이 조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내외 경제여건과 남북관계의 악화가 지속되고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며, 2022년 3월 9일로 예정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2년여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임기 말 지도력 약화현상)까지 우려돼서다.
일련의 이유로 정치권은 2020년 4월 15일로 예정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결과가 향후 2년의 대한민국 정계와 정국을 결정할 척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심지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번 총선이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선거일 듯하다. 이번 선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나라의 명운이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하고 최근에는 정치평론가이자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배종찬 소장도 “총선결과가 2020년과 그 이후를 좌우한다”면서 “정계 기상도를 크게 보면 진보는 맑음, 중도는 맑음도 흐림도 아닌 구름이 끼어있는 상태다. 반면 보수는 먹구름이 잔뜩 껴 비바람이 몰아치는 상황”이라고 축약했다.
◇ “진보도 낙관 못해”… 돌발변수는 ‘검찰’
배 소장이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각 정당별 세력분포와 영향력,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여론의 향배에 근거한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최근 국회를 통과해 도입이 확정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비제)’다.
그는 “범진보진영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키며 범진보 전체의 하늘이 맑음으로 개였다”고 평했다. 연비제 도입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일정부분 배분할 수 있게 돼 인지도가 높았던 소수진보정당들의 의석확보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다가 의석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제1야당인 한국당의 격렬한 반대를 격파하고 연비제를 통과시켰다는 경험은 소수정당은 물론 국민에게도 ‘뭉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줘 선거의 판세가 특정 정당으로 몰표가 가는 상황을 약화시켰다는 점도 이유도 꼽았다.
하지만 배 소장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입장을 보면 비례의석을 고민할 수밖에 없어 구름이 일부 껴 있는 상태”라며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내놨다. 여기에 ‘검찰’이라는 돌발변수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정국을 뒤틀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비제와 함께 범여권 연대인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통과시킨 일명 ‘공수처법’으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다 이를 무력화 혹은 약화시키기 위한 여당과 정권 주요인사를 향한 공세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당 또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대표되는 사안들을 ‘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로 명명한 후 검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검찰의 ‘정부여당 때리기’에 힘을 보태고 있어 검찰의 수사방향과 결과공표에 따라 선거판세가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 총선 이후 국정운영 및 정치기상도 ‘흐림’
그리고 배 소장이 꼽은 ‘검찰’이란 돌발변수는 총선 이후의 정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발 게이트 의혹의 핵심적·상징적 중심이라고 봐야한다. 더구나 조국 전 장관의 운명을 쥔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결구도를 만들어 갈 것인지, 검찰개혁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추미애 신임 법무부장관과 함께 만들어갈 것인지에 따라 여당은 물론 야당, 총선, 총선 이후의 판세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조국과 윤석열의 운명이 어떻게 되느냐가 총선뿐 아니라 총선 이후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정권유지·재편, 사법개혁 등 사회재편이라는 목표달성의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윤 총장의 손에 대통령의 레임덕과 향후 대선의 향배까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1순위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총리 또한 검찰의 결정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배 소장은 “검찰개혁이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정권이익수호 차원으로 인식될 경우 중도를 포함한 지지층이 돌아서 대통령과 현 정권에게 매우 부정적”이라며 “현 정권의 핵심인 이낙연 총리에게도 타격이 크다. 레임덕이 당겨질 수도 있다. 이 말은 이 총리에게 오롯이 다 주지는 못하겠다는 범친문·친노계 내 기류와 합쳐져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배 소장은 연비제 도입과 함께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선거권이 만18세에게도 주어짐에 따라 늘어나는 55만명의 표심의 향배에도 총선의 판세가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체로 만18세는 진보적 색채를 띈다”면서도 “특정 지역이나 정당으로 일방적으로 쏠리진 않을 것이다. 다만 정당투표의 경우 이들 세대의 고민이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갈가리 찢어진 ‘보수’… 새 변수 ‘아니철수’
문제는 ‘보수’다. 배 소장에 따르면 보수를 중심으로 흐르는 기류는 극히 안 좋다. 그는 “보수 전체로 보면 완전히 비가 오겠다. 폭풍도 몰아치고 돌풍에도 휩쓸릴 것”이라며 “보수 역대 최악의 위기”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는 보수진영이 과거와 달리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한국당이 보수를 대표한다지만 과거와 달리 우리공화당에 이언주 의원의 신당, 심지어 이정현 의원까지 나왔다. 여기에 새로운보수당 또한 빼박(빼도박도 못하는) 보수로, 갈기갈기 찢어졌다”며 “표가 갈려 보수통합을 못하면 내리는 비를 쫄딱 맞아야하는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정치공학적으로만 볼 때 희망의 불씨 또한 살아있다고 봤다. 한국당이 현재 추진 중인 ‘비례자유한국당’이다. 그는 “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욕은 먹겠지만 폭풍우 속에서도 위성정당을 세우면 비례 포함 130석도 가능하다”면서 “만약 130석 이상을 확보한다면 황교안 대표의 위상자체가 달라져 대선진영도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요 변수로 배 소장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복귀를 꼽았다. 지지기반은 약하지만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 후 행보에서 최대 단점으로 인식돼온 우유부단함이나 소통문제를 떨쳐낸 모습을 보인다면, 과거 대선주자로 꼽혔던 영향력과 개인적 역량이 더해져 ‘국민의당’ 창당 때처럼 이념을 초월한 제3지대 형성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풀이다.
이에 대해 배 소장은 “안철수 전 대표의 복귀는 기상도 상 새로운 다량의 습기를 머금은 태풍이 될 수도 있다”며 “아직 태풍이 될지 단순히 왔다가는 미풍 수준이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과 달리 (정계를 흔들) 충격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