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전쟁’…삼다수의 내우외환(內憂外患)

‘물의 전쟁’…삼다수의 내우외환(內憂外患)

기사승인 2020-01-07 05:00:00

20년째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주 삼다수가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주도개발공사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제주개발공사의 총파업은 1995년 공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공사는 동절기 공장 설비 정기검사를 마친 뒤 정상 가동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총파업이 이어지면서 전체 4개 생산라인 중 3곳의 생산이 중단돼 차질를 빚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노조는 2018년 10월 삼다수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인 지난해 2월 출범됐다. 이후 공사 노조는 지난 7월부터 총 19차례에 걸쳐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야간근로 수당의 확대와 성과장려금 도입, 그리고 경영진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공사 측과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오경수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이 파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파업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삼다수의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월말 기준 37.8%로 전년 대비 2% 줄었다. 2015년 45.7%에 비해서는 8% 가까이 줄었다. 삼다수가 시장에 나온 이후 단 한 번도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지만 60%에 달했던 점유율은 꺾인 상황이다. 

이는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8.0, 농심 백산수 등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데다가, 대형마트 등에서 선보인 저렴한 자체 브랜드 제품들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공사가 비축하고 있는 삼다수 물량은 11만톤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판매사인 광동제약이 6만톤을 확보해 육지 물량 공급에는 문제가 없으나 파업이 2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물량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같은 제주를 수원지(水源池)로 삼고 있는 오리온의 제주용암수와의 갈등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화산암반수인 삼다수와는 달리 제주용암수는 해양심층수인 용암수를 활용해 차이는 있지만,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청정 제주’의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오리온은 3년간의 연구갭라 끝에 지난해 11월 용암수를 활용한 제주용암수를 론칭했지만 곧바로 제주도와의 대립에 봉착했다. 제주도는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를 허가한 적 없다’는 입장이며, 오리온은 ‘구두로 합의됐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제주도는 물을 공공자원으로 관리해 지하수 개발을 공기업에만 허가하고 있다. 삼다수 역시 생산은 제주도개발공사가 맡고 있으며 내륙 유통만을 광동제약 등이 담당하고 있다. 

다만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지사가 지정하는 제주용암해수단지 등에서 예외적으로 물 제조와 판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오리온은 2016년 제주 토착기업인 제주용암수 지분을 인수한 뒤 12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설립했다. 

제주도와 오리온은 문제해결을 위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여기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오리온이 이미  공장을 지었다는 이유 만으로 국내 생수시장을 노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을 박으면서 봉합은 어려워진 상태다. 

원 도지사는 “오리온 측이 제출한 당초 사업계획서 등에는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에 대한 제주용암수 수출 계획만 담겨 있었다”면서 “오리온 관계자들과 두 차례 만나는 과정에서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에 대해 묵시적 동의나 긍정적인 언질을 준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리온 경영진이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면서 “은근슬쩍 제주도를 무시하며 기정사실로 밀고 가려 한다면 물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가 구두 약속만으로 제주용암수의 판매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없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지자체와의 갈등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제주도 역시 구두 약속만을 믿고 안이하게 상황을 만들었다는 의회 등의 지적이 있는 만큼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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