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사살, 코너 몰린 트럼프…국제사회 냉담·여론도 ‘회의적’

솔레이마니 사살, 코너 몰린 트럼프…국제사회 냉담·여론도 ‘회의적’

기사승인 2020-01-08 15:37:36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사살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타히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국제 관계에 있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마하티르 총리는 미국의 행동이 비도덕적이며 이는 중동에 더 큰 갈등을 불러 테러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국경을 넘어서 일어난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유사하다”면서 “무슬림(이슬람교도) 국가들이 함께 뭉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중국, 이라크, 러시아 등도 미국의 이번 공습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라크 외교부는 지난 5일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를 규탄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3일 성명을 내 미군이 이라크 영토에서 이라크 정부 허가 없이 군사작전을 벌인 것을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역시 미국의 위험한 군사작전이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위반했다고 짚었다.

유엔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그 나라에 들어가 무력을 쓰는 것은 유엔 헌장 위반이다. 또한 국제인권법상 한 나라가 자위 차원에서 공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임박한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일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미국 헌법에서도 공습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위협이 임박해야 한다는 것을 핵심 요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더군다나 암살 작전이 수행된 이라크는 지난 2007년 미국과 주둔군지위협정을 맺었다. 양국은 미국이 이라크 땅에서 제3국을 무력 공격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지만 그 약속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문제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문화유적을 공격하겠다고 발언해 지탄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공격할 경우 52곳에 반격할 준비가 돼있고 이 중에는 이란의 문화유적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거센 역풍이 불자 결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나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화 유적지를 공격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공격하는 모든 대상은 합법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연일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공습은 올바르고 합법적인 결정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4일 “위험은 실재한다”면서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에 대한 공격을 기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러나 자국 내에서도 ‘임박한 위협’을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솔레이마니 공습 결정이 전적으로 합법적이었다고 강조했을 뿐 임박한 위협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미국 하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행동을 제한하는 ‘전쟁권한 결의안’(War Powers Act)를 추진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를 사살하면서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았으며 미리 알리지도 않은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지난 5일 “이란과의 긴장을 고조시켜 우리의 군인과 외교관, 다른 사람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게 했다”면서 “의회의 조치가 없는 이상 이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적대 행위는 30일 이내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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