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업무 첫날인 지난 2일 오전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에 위치한 자동차용 전장 부품 전문회사인 KBI메탈의 대구공장을 찾았다. 서울에서 3시간 거리인 대구공장에 들어선 순간 통풍시트 자동화 라인이 이목을 끈다. 2012년 수입에 의존해 온 통풍시트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대구공장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KBI메탈 대구공장은 1987년 연건평 7000여평에 총 4층 규모로 준공됐다. 공장은 회사의 전장사업부문 제품인 자동차용 BLDC(Brushless DC)와 자성철심(자동차,가전제품 모타 등에 내장되는 코어) 등을 대표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팽현성 KBI메탈 사업총괄(전무)의 도움으로 통풍시트의 핵심 장치인 ‘바람이’(SVHM)의 생산과정과 메르세데스-벤츠에 납품되고 있는 ‘후석공조시스템’(VBM, R/HVAC)을 살펴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SVHM 자동화 생산라인이다. 이 제품은 통풍시트에 장착돼 좌석에 바람이 나오게 하는 송풍장치다. 여름과 겨울 탑승자에게 쾌적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대표적 제품이다.
대구공장은 SVHM 생산의 자동화를 위해 ▲외부 케이스와 두뇌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PCB)의 자동 조립 ▲제품 성능 보증을 위한 풍량‧소음‧진동‧내구성 검사 등에 자동화 체계를 갖췄다. 특히 최적화된 제품 생산을 위해 생산 라인은 따로 개별 생산룸으로 구성됐었다. 실내 온도는 20~25도, 습도는 40~60%로 최적의 제품 생산을 위해 정전기를 방지하기 위한 제전복을 착용한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팽현성 사업총괄은 “자동화 3개 라인에 총 40억원이 투자됐다. 차량에 탑재되는 만큼 제품 생산 최적화를 위해 온도‧습도‧제전 등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2012년 국내 최초 국산화 이후 국내외 경쟁사 대비 풍량은 30% 강화됐고, 소음은 10%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산화를 통해 과거 수입에 의존했을 때 보다 40% 가깝게 가격경쟁력을 개선했다”며 “G80, 싼타페, 아반떼, 코나, 아이오닉, 벨로스터, 투산, K7, 스포티지, 니로 등 대부분의 현대‧기아차에 탑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이 완료된 이후 진행되는 이음 검사와 최종 검사도 눈길을 끌었다. 30dB 이하로 방음 처리된 이음 검사실(암소음실)에서는 생산된 제품에서 45dB 이상의 소리가 감지될 경우 제품을 불량으로 판정하고 있었다. 또 이를 통과한 제품이라도 별도로 진행하는 최종 재검사에서 모터의 성능에 문제가 있거나, 풍량과 진동, 이음이 있으면 폐기되고 있었다.
팽 전무는 “납품 전에 제품에 이상이 없는지 최종 검수를 통해 가려내는 것”이라며 “고객이 혹시 느낄지 모르는 소음과 함께 모터 성능 등 고객사의 기준보다 더욱 엄격한 사내 기준으로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 무결점 제품을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회사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생산 중인 메르세데스-벤츠에 적용되고 있는 후석독립공조시스템(VBM, R/HVAC)도 눈여겨 볼만했다. 시스템은 차량 내 뒷좌석 탑승자가 개별 조절 가능한 냉난방기로 이해하면 쉽다.
VBM은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E 클레스, GLE등에 연간 14만대 양산 공급 중에 있다. 아울러 R/HVAC는 GLS 차종에 연간 4만대 공급 중이며, 향후 신규 수주한 ‘EQ SUV’에 2022년부터 2029년까지 총 300억원 규모로 적용될 예정이다. 두 제품이 한 해 평균 22만대 분량이 생산되며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올해 KBI메탈은 범용 제품 부문에서는 SVHM, 고부가가치 제품에서는 후석 독립공조시스템을 통해 전장부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팽 전무는 “2020년 국내외로부터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특히 회사가 보유한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차세대 모빌리티(친환경차) 핵심부품 개발을 추진해 기술 국산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