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누구나 대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대화는 모든 갈등 해결의 시작점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대화하지 않으면 오해와 불신이 쌓인다.
한진이 시행한 ‘주7일배송제’(휴일배송 서비스)에 택배노동자들의 불만 터져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진은 지난달 27일 주요 고객사 대상으로 수도권과 전국 지방 주요 도시에서 주7일 배송 시범사업을 개시했다. 고객 서비스 제고를 통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집배점, 택배기사, 회사가 모두 생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택배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졸속 추진’이라는 말이 나온다. 휴일을 반납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협의 없이 약 한 달 만에 주7일배송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신고센터가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한진 택배노동자 196명 중 77%는 주7일배송 도입 과정이 ‘강제적’이라고 답했다. 도입 과정에서 계약 해지·구역 조정·용차(용역차량)비 전가 등 강압적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물류업계 입장에서는 주7일배송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경쟁사들이 주7일배송을 시작한 가운데 이커머스업계에서 휴일배송을 하지 않을 시 주거래처를 바꾼다는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위 ‘밥줄’이 끊기는 것에 대해 기업 입장에서 가만히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택배노조도 주7일배송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다만 휴식권과 건강권 등 안전 보장을 위한 소통이 없었다. 한진은 집배점·택배기사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여태 이렇다할 구체적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리 주7일배송이 불가피하더라도, 도입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한진이다. 앞서 경쟁사인 CJ대한통운의 경우, 휴일배송 도입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대리점연합회·택배노조와 회의를 거쳤다. 구체적인 노동조건, 처우 개선 등을 포함해 10차례 교섭을 하며 기본협약을 도출했다. 반면 한진은 지난 3월 발표 후 1달여 만에 과로 방지 대책 없는 주7일배송을 강행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휴일에 출근을 해야 하는데, 인력충원 등 안전 대책까지 마련되지 않았다면 어떤 근로자가 좋아하겠는가.
한진은 1945년 창립 이후 우리나라 물류산업을 선도한 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택배와 컨테이너 운송을 도입하는 등 물류 분야를 개척하기도 했다. 한진이 업계 선두주자라고 자부한다면, 이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주7일배송제를 이끈 한진 3세 조현민 사장은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택배노동자와 협의해야 한다. 아직까지 그의 리더십에는 ‘소통’이 보이지 않는다.
협의를 한다고 당장 적절한 해결책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대화할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한진이 올해 80주년을 맞아 글로벌 위상을 키우려는 기업의 면모를 보이려면, 택배노동자와 상생을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