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보건의료노조는 임금을 깎으려는 제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고용노동부는 13일 호봉제에서 직무·능력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가 확산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임금체계 개편이 임금격차 및 양극화를 완화하고 세대 간 임금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이유다.
지난해 사업체노동력 부가조사에 따르면 호봉급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사업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58.7%의 사업장에서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인상되는 연공급적 성격의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과거 고도성장기에 호봉제는 노동자의 소속감과 장기근속을 통한 숙련형성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경제성장률이 연 3% 미만인 저성장이 지속되고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돼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 2015년 직무평가도구가 개발된 보건의료업종을 포함한 8개 업종에 직무관리체계 도입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 컨설팅 지원을 지원해주기 위해 올해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는 “임금은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 정부가 강제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없다”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나 젊은 층의 임금에 대한 공공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돼 공정한 임금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메뉴얼을 만들고 컨설팅으로 요청하는 기업에 지원하겠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라며 “여러 임금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임금 등을 분석해 제공할 예정이다. 임금 체계 변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강행한 성과연봉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호봉제를 없애고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꾸는 것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깎고자 하는 꼼수가 숨어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박민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병원 내에는 60개의 직종이 있어 직무 가치를 메길 평가표도 만들기 어렵다”며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숨어있다. 박근혜 정부는 노조가 반대해도 강행했지만, 이번 문재인 정부는 노사합의로 권고하면서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주려는 것이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산별임금체계 개편을 모색 중이다. 박 부위원장은 “대형병원이나 민간 중소병원 모두 동일한 노동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현재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이다. 병원별로 임금체계나 수당 시스템이 너무 달라 아직 초벌 작업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