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에 따라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는 기간이 최대 11년 차이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포용복지와 건강정책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건강 불평등은 소득·사회계급·학력·지역 차이에 따라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강지표인 ‘출생 시 기대여명’과 ‘건강여명’ 은 지역별, 소득계층별 뚜렷한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기대여명은 0세의 출생아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뜻한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 중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은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인구의 기대수명은 85.1세, 건강수명은 72.2세다. 소득 하위 20% 인구의 기대수명은 78.6세, 건강수명은 60.9세로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기대수명은 6년, 건강수명은 11년이 더 길었다.
정신건강과 삶의 질 수준을 종합해 보여주는 자살사망에서도 불평등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전문대를 졸업한 65세 미만 남성은 10만 명 당 24.5명이 자살했지만,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자는 10만 명당 166.7명이 자살했다. 65세 미만 전문대 이상을 졸업한 여성은 10만 명 당 12.0명,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여성은 97.0명이 자살했다.
불평등 현상은 각종 질환의 대표적 위험 요인 중 하나인 흡연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 등에서도 관찰됐다. 지난 2017년 국민건강통계자료에 따라 소득 상위 20%와 소득 하위 20%를 비교했을 때 양측의 흡연율은 각각 15.9%, 26.0%였다. 우울감 경험률은 각각 9.1%, 17.4%로 고소득층의 건강관리 수준이 훨씬 높았다. 활동 제한율(현재 건강·신체·정신적 장애로 활동에 제한을 받는 인구 분율)은 각각 3.3%, 9.6%, 당뇨병 유병률은 8.5%, 14.5%로 역시 격차가 컸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건강형평성연구센터장은 “사회적 불평등이 뚜렷하게 관찰되는데 이는 의료보장 강화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문재인케어로 대표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급여 수급 자격이 까다롭고 노동시장 불평등, 주거 불안정, 전통적 가족 해체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보험 생계형 장기 체납자 문제 같은 사각지대 이슈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 포용적 복지국가 달성을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넘어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을 다루고 사회적 보호와 보건의료 체계의 공공성을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포용적 복지국가 달성을 위한 건강정책은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건강한 공공정책(healthy public policies)’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