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A씨는 드디어 퇴마의식에서 벗어났다며 후련하다고 했다. 수년 전 그는 가족과 치유집회를 돌고 있다며 자신이 귀신에 들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어떤 종교인이 귀신 쫒는 기도를 하면서 아프게 등을 때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도 했다. 그후 유명하다는 상담센터를 전전했고, 최근에야 정신과 진료실에 방문해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의료와 건강에 대한 괴담은 매우 흔하게 일상에 스며든다. 생활수준이 나아지고 과학이 발전해도 쉽에 사라지지 않는다. 정신질환 환자가 '귀신 들렸다'는 오해를 받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안아키'의 주장도 과거 민간요법 수준의 이야기이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영향을 준다.
의료괴담과 관련한 논란도 해마다 발생하는 듯하다. 얼마 전에는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키우기)'라는 육아카페를 운영하던 한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약이나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도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체를 살펴보면, 설사하는 아이에게 숯가루를 먹이고, 화상을 입은 아이에게 뜨거운 물로 찜질할 것을 종용하는 등 모두 건강과는 거리가 먼 황당한 주장이다.
지난 해부터 올초까지는 '동물 구충제'가 주인공이 됐다. 말기암환자가 동물구충제(펜벤다졸) 복용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말기암환자들에게 꿈의 치료제처럼 등장한 셈이다. 전국 동물약국에서는 동물구충제 품절 사태를 빚었고, 의료전문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험하다며 제제에 나서도 동물구충제 열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동물구충제에 이어 사람용 구충제로 피부질환이나 비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올 정도다.
이같은 의료괴담이 확산되는 이유는 누구나 '건강'을 원하지만 쉽게 얻기 힘들고, 현대의학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오랜시간 동안 많은 의료진과 환자들의 삶을 통해 증명한 귀중한 결과다. 이미 확인된 길을 마다하고, 굳이 뒤로 돌아가 정체도 불분명한 길을 다시 걸을 필요는 없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귀신이든 생리적 문제든 환청이나 환각 등은 뇌속의 도파민 농도가 과다하게 분비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도파민 회로가 망가지기 전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것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의학을 믿는 것이 비용도 저렴하고 마음도 편하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