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회가 16일 최근 ‘욕설 녹취록’으로 논란을 빚은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에게 사임할 것을 촉구했다.
해당 녹취록이 공개된 후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와 병원 간의 갈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교수회가 의료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교수회는 이날 오전 병원 의료진 등에게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언어폭력은 사건의 동기나 그 이면의 갈등과 상관없이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을 막을 의무가 있는 우리 의료원의 최고 경영자가 가해 당사자라는 사실에 대해 깊은 우려와 자괴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주대병원은 지난 25년간 경기 남부 지역의 의료거점병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며, 지난해엔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병원에 선정됐다”면서 “병원의 평판도가 이렇게 상승한 데에는 전체 교직원의 노력과 이국종 교수가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의료원의 평판을 송두리째 추락시킨 유 의료원장의 행동은 의료원에서도 묵과해선 안 되는 행동”이라며 “유 의료원장은 이 교수와 전체 교수에게 사과하고 즉시 의료원장에서 물러가라”고 주장했다. 유 의료원장의 임기는 내달 말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회는 이번 일과 관련해 대학과 의료원이 교수를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의료원의 풍토를 깨뜨릴 방안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13일 공개된 녹취록에는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 말이야. 나랑 한판 붙을래 너?”라는 유 의료원장의 음성과 함께 이 교수가 “아닙니다, 그런 거”라고 대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 운영을 두고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은 “상태에 대한 경과를 지켜본 뒤 입장문을 발표할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교수는 해군 순항 훈련을 마치고 15일 경남 진해항으로 귀국했다. 귀국 후 여러 매체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권역외상센터 환자의 병상배정 배제 의혹을 언급하며 “환자 치료하게 병실 달라는 걸 눈을 가자미처럼 뜨고 독사같이 거짓말하는 리더십 밑에서 일하는 거 구역질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