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 없는 LCK… 스프링 시즌 우승컵의 주인은

절대 강자 없는 LCK… 스프링 시즌 우승컵의 주인은

기사승인 2020-01-27 07:00:00

‘2020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다음달 5일 개막한다.

올해 LCK는 춘추전국의 시대다. 10개 팀의 전력이 전반적으로 평준화되며 쉽사리 순위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슈퍼팀을 결성한 젠지e스포츠의 1강 체재가 예측됐지만 LCK의 전초전인 케스파컵에서 8강 탈락했고, 아프리카 프릭스가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LCK 스프링 개막이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쿠키뉴스는 올 시즌 LCK의 판도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 스타일은 그대로, 목표는 더 높이 담원-샌드박스

담원 게이밍은 지난해 LCK로 승격했다. 스프링 시즌에 4위, 서머 시즌에 3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2019 LoL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선발전 최종전에서 킹존 드래곤X(현 드래곤X)를 꺾고 롤드컵에 진출했다.

롤드컵에서 담원의 활약은 놀라웠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바텀 라인이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탑-미드 라인의 캐리력은 여전했다. ‘죽음의 조’로 불린 D조에서 1위를 차지하며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아쉽게 8강에서 중국 LPL의 인빅터스 게이밍(IG)에게 패배했다.

담원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벤치 멤버였던 ‘펀치’ 손민혁, ‘아리스’ 이채환을 떠나보냈고, 김정수 현 T1 감독과 결별했다. 그래도 기존의 주전 멤버들과 동행을 이어가는 동시에 ‘제파’ 이재민 코치를 영입하며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하지만 담원에게도 불안요소는 있다. ‘너구리’ 장하권을 향한 집중견제와 바텀 라인의 캐리력이 부족하다. 이는 ‘2019 KeSPA CUP ULSAN’(케스파컵)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드래곤X전에서 장하권이 집중견제를 받자 팀 전체가 무너졌고, 다른 라인에서 이를 극복하지 못해 0-2로 패배했다. 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담원과 LCK 승격 동기인 샌드박스 게이밍 역시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담원과 달리 롤드컵을 앞에 두고 고배를 마셨다.

샌드박스는 지난해 스프링 시즌과 서머 시즌 당시 1라운드에서 높은 성적을 거뒀지만, 2라운드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면서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이를 교훈 삼아 샌드박스는 비시즌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해 주전 선수 중 ‘고스트’ 장용준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팀에 남았다. 대신 서브 멤버들이 대거 합류했다. 정글러 손민혁, ‘페이트’ 유수혁, 원거리 딜러 ‘레오’ 한겨레, ‘루트’ 문검수까지 젊은 선수들과 함께 백전노장 ‘고릴라’ 강범현이 합류했다.

이들의 시너지는 현재까진 기대 이상이다. 케스파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한겨레와 강범현으로 구성된 새로운 바텀 듀오는 지난해 상체에 쏠린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겨례는 지난 케스파컵에서 원딜 챔피언과 비원딜 챔피언을 가리지 않고 좋은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LCK의 모래폭풍은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 우승후보로 언급되는 젠지와 T1, 약점도 존재


젠지e스포츠는 지난해 자존심을 구겼다. 2016년 삼성 시절부터 3년 연속 롤드컵에 진출했으나, 지난해에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롤드컵은 고사하고, 스프링 시즌과 서머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도 오르는 데 실패했다.

젠지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룰러’ 박재혁과 ‘라이프’ 김정민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과 계약 종료를 하고 ‘라스칼’ 김광희, ‘클리드’ 김태민, ‘비디디’ 곽보성을 영입하며 단숨에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우승권 전력을 구축한 젠지는 케스파컵에서 T1과 8강전에서 패배하면서 주춤했으나, 여전히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A구단의 한 선수는 “젠지가 상당히 강하다. 상체가 특히 튼튼하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개성이 넘치는 최고의 선수들이 합류했지만 케스파컵에서 합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젠지는 T1과 8강전에서 1-2로 패배했다. T1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교전에서 주요 타켓의 포커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포지션을 빠르게 잡지 못하면서 대패했다. 조직력이라는 과제를 남긴 젠지는 올해 초 중국 상하이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T1은 지난해 맹활약한 ‘칸’ 김동하와 ‘클리드’ 김태민을 떠나보내고, ‘로치’ 김강희와 ‘커즈’ 문우찬을 영입했다. 공백을 완벽히 메우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어졌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의 영입이었다. 또 아카데미에서 활약한 선수들을 모두 1군으로 승격했다.

T1의 올 시즌 성적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케스파컵에서 중심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테디’ 박진성은 기복 없이 활약했다. 그러나 ‘커즈’ 문우찬과 ‘에포트’ 이상호는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한순간 무너지는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올 시즌 T1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탑 라이너들의 성장에 한 해 농사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카데미에서 승격한 ‘칸나’ 김창동은 솔로랭크에선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케스파컵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라인전은 어느 선수들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았지만 한타에서 포지션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강희 역시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평가를 뒤집지 못했다. 경험이 적은 두 선수가 T1에서 중책을 맡은 셈이 됐다.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DRX-KT

드래곤X(DRX)와 KT 롤스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규모로 팀을 개편했다.

DRX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데프트’ 김혁규를 제외하고 계약을 종료했고, 그리핀에서 뛰던 ‘도란’ 최현준과 ‘쵸비’ 정지훈이 영입됐다. 이어 DRX 아카데미에서 정글러 ‘표식’ 홍창현과 ‘케리아’ 류민석, '쿼드' 송수형을 1군으로 콜업했다.

DRX는 케스파컵에서 스피어 게이밍과 담원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쳤으나, 아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는 0-3으로 맥을 맞추지 못했다. 이긴 경기에서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으나, 아프리카전에서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미드와 바텀은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류민석은 데뷔 시즌임에도 안정적인 경기력과 상황 판단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최현준과 홍창현이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담원을 상대로 압도적인 기량을 보였던 최현준은 아프리카의 ‘기인’을 상대로 맥을 맞추지 못했다.

그리핀 시절부터 기복 문제에 발목이 잡혔던 최현준은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나선다. 백업 선수가 없는 만큼 그의 손끝에 DRX의 성적이 달려있다 해도 무리가 없다.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낸 KT는 선수들을 모두 내보내는 초강수를 뒀다. 강동훈 감독이 사령탑을 잡은 KT는 ‘레이’ 전지원, ‘소환’ 김준영 ‘보노’ 김기범, ‘말랑’ 김근성, ‘쿠로’ 이서행, ‘에이밍’ 김하람, ‘투신’ 박종익을 영입하며 '뉴 KT'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새롭게 재단장한 KT는 케스파컵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중국에서 1년간 뛰어온 이서행은 여전히 기복이 없었고, 2018년 아프리카에서 합을 맞췄던 바텀 듀오는 매서운 공격력을 자랑했다. 전지원과 김근성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으나 이들을 대신한 김준영과 김기범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케스파컵에서 분전하며 기대감을 높인 KT다. 다만 올 시즌 전력이 더욱 상향된 LCK 팀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다크호스 급부상’ 한화생명-아프리카


한화생명e스포츠도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많은 변화를 줬다. '라바' 김태훈과 '템트' 강명구를 제외하곤 전부 새로운 얼굴로 대체했다. 특히 손대영 감독과 ‘노페’ 정노철 코치가 부임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지난 시즌 정상급 서포터로 성장한 ‘리헨즈’ 손시우를 영입하면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케스파컵에서 한화생명은 다양한 전략을 선보였다. 스플릿 운영 때는 공격력이 좋은 챔피언을 2명이나 배치하며 손해를 빠르게 극복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또한 안정적인 챔피언으로 조합을 이루기 보다 공격적인 챔피언을 대거 가져가는 등 ‘코리안 G2’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주전 원거리 딜러에 대한 고심은 깊어 보인다. 한화생명은 KT에서 뛴 ‘제니트’ 전태권을 영입했으나 무게감이 떨어진다. 케스파컵에선 미드라이너인 김태훈을 원딜러로 쓰는 파격적인 전술을 꺼냈다. 아직까지 한화의 주전 원딜러는 확정되지 않았다. 한화의 고민은 스프링 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아프리카는 올 시즌을 앞두고 ‘플라이’ 송용준과 ‘미스틱’ 진성준, ‘벤’ 남동현을 영입했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모였지만 기대를 크게 받지는 못했다.

실제 케스파컵에서 아프리카는 8강 1라운드까지는 느린 템포로 경기 시간이 상당히 길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DRX와 샌드박스를 상대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아프리카는 이번 케스파컵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미드와 바텀에서도 높은 캐리력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정글러의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지난 시즌까지 김기인에게 의존하는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조직력도 크게 올랐다. 지난 시즌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했던 아프리카는 올 시즌 조직력을 맞추는 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 결승전에서 샌드박스를 상대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등 가장 완성도 있는 경기력을 보였다. 현시점에서 플레이오프 경쟁팀들의 경계대상 1호다.

▲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그리핀, 기대받지 못하는 신입생 APK


지난해 스프링 시즌과 서머 시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그리핀은 지난해 11월 선수 불공정 거래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이 과정에서 최현준과 정지훈, 손시우를 떠나보냈다. 최전성기를 함께한 주축들을 떠나보내며 선수층이 얇아졌다.

이들을 대신해 ‘운타라’ 박의진과 ‘내현’ 유내현을 영입했지만 그리핀은 케스파컵에서 기존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새로이 합류한 선수들과 조직력은 맞지 않았고, 중심 선수인 ‘타잔’ 이승용과 ‘바이퍼’ 박도현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리핀은 스토브리그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뛴 ‘유칼’ 손우현을 영입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지난해에 버금가는 성적을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올 시즌 승격에 성공한 APK 프린스는 아직까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 LCK에 합류해서 돌풍을 일으킨 그리핀, 담원, 샌드박스에 비하면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보여준 모습이 아쉽게 느껴진다.

승격의 주역이었던 ‘카카오’ 이병권과 이별을 택하고 이를 대신해 중국에서 활약한 ‘플로리스’ 성연준을 영입했지만 타 포지션에서 무게감이 떨어진다.

케스파컵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1라운드에서 마주한 2부리그팀 브리온 블레이즈에게 패배했다. 탑 라이너 '익수' 전익수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케스파컵이 끝난 이후에도 선수 보강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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