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기업 인수합병(M&A)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인수가 유력한 더케이손보 근로자들이 고용보장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근로자들은 통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을 반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더케이손해보험 노조는 긴급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고용안정 보장없는 매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교직원공제회가 100% 지분을 들고 있는 더케이손보는 지난해 말부터 매각이 추진됐다. 현재 하나금융의 인수가 8부 능선을 넘은 상태로, 하나금융은 앞서 20일 이사회를 열고 더케이손보 지분 70%를 1000억원 안팎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더케이손보 매각을 두고 양측의 막판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더케이손보 노조가 매각 반대 목소리를 내놓고 나선 것. 노조는 최근 교직원공제회 사측과 회사 매각에 따른 고용안정협약을 협의하던 중 사측이 갑자기 잠정 합의한 내용을 뒤집어 매각을 반대하고 나섰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매각에 앞서 '외주화' 부분은 노사가 합의에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사측과 합의했지만 갑자기 사측이 외주화를 두고 노사 합의 조건을 거부했다”며 “하나금융이 외주화를 노조와 합의해 처리하는 데 부담을 느껴 반대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을 두고 고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신한금융은 내달 오렌지라이프의 100% 자회사화를 거쳐 신한생명과 통합 추진을 검토할 계획이다.
문제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노조 모두 통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높은 경계감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생명 노조는 지난해 초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의 대표 선임을 결사반대해 없던 일로 만든 사례도 있다.
오렌지라이프 노조 관계자는 “아직 통합이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통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합병대상 기업 노조의 이같은 목소리에 말을 아끼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아직 인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 100% 자회사화는 통합을 위한 재무적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아직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오렌지라이프 100% 자회사 과정을 마무리하고 조직 및 전산 통합의 유불리를 따져 통합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문제는 통합 여부가 결정된 이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