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EMR 강제 접속 차단’으로 신종코로나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MR은 병원에서 사용되는 전산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의사는 처방을 내고 기록을 작성하고 진료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대전협에 따르면 전공의법에 규정된 주80시간 근로 규정을 서류상으로 지키고자 많은 병원이 당직 근무표 상 근무시간이 종료되면 전공의의 EMR 접속을 강제로 차단해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다.
대전협은 “전공의를 예비 범법자로 만드는 불합리한 조치를 철회할 것을 줄기차게 요청했다”며 “신종코로나 확진이 늘면서 환자가 의료기관에 방문하면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선별진료실로 이동해 직접 대면하고 문진·진찰하는 의사가 바로 우리 전공의다. 전공의에게만 적용되는 EMR 차단은 전산에 입력된 의사와 실제 진료한 의사가 달라질 수 있게 한다. 추후 해당 환자가 확진자로 판명됐을 때 기록에 의존하는 역학조사에서 실제 진료자가 아닌 엉뚱한 이를 향하는 위험한 오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미 일선에서는 확진 또는 의심환자와 접촉한 의사가 전산 기록에 남은 당사자와 일치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에 싸여 있다”며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이 다를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이 다른 환자를 보고 지역사회를 활보한다면 기하급수적으로 감염자가 늘어나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정확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실제로 진료·처방·기록한 의사가 누군지 알 수 없게 돼 주먹구구의 의료행위를 피할 수 없다. 내 주치의가 누군지 확인하고 싶어도 알 방법이 없다. 환자들은 누군지 확인도 못 하는 의사가 낸 처방으로 자신도 모르는 새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의혹과 공포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들 또한 한 명의 인간으로 두려움이 앞선다”라며 “훌륭한 의사로 수련받기 위해, 무엇보다 환자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국가 재난사태를 극복하고자 젊은 의사들이 최전선에서 앞장서겠다. 젊은 의사들이 안전하게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 병원 경영진에게 EMR 차단을 해제해 줄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