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대형마트 매출 1위인 곳인데, 여기가 이 정도면 말 다했지”
지난 3일 저녁 방문한 롯데마트 서울역점. 시식코너 직원 이모씨에게 최근 상황을 묻자 이같이 우려했다. 평소 중국인 등 외국 관광객과 내국인으로 매장이 꽉꽉 차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손님들은 마스크로 입을 꾹꾹 싸맨 채, 필요한 물건을 담곤 곧장 마트를 빠져나갔다. 어떤 이는 장갑과 선글라스 모자로 손과 얼굴, 눈까지 가렸다. 항상 줄이 길어 계산만 10분 이상이 걸리던 계산대에는 사람들이 없어 한산했다.
생활용품 코너의 마스크 판매 매대는 텅텅 비어있었다. 보건용 KF94 마스크는 다 팔려 없었고, 기능성‧패션 마스크만 덩그러니 남았다. 소량 남아있던 KF80 마스크도 중국인 관광객이 이내 집어가 자취를 감췄다. ‘마스크 재고가 부족해 구매 수량을 1인당 10매로 제한한다’라는 안내 문구도 붙어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점원은 “제품이 언제 다시 들어올지 알 수 없다”면서 “일부 점원들도 KF94 마스크 구입을 못해, KF80 마스크를 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마트에서 만난 시민들도 신종 코로나에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인근 효창동에서 거주중인 박준형(52) 씨는 “마스크 재구매를 위해 들렀는데 사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질병으로 국가적 난리가 난 것은 평생 처음 본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중국인 관광객에 분노를 나타내는 이도 마주쳤다. 마스크 구입에 실패한 성모 씨는 “자국민이 써도 모자란데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박스째로 사 가니 남는 게 있겠나”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 탓에 시식 코너와 떨이 상품의 인기도 예전만 못했다. 실제로 롯데마트의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신종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이 많은 곳을 꺼리는 ‘언택트(untact)’ 현상이 일고 있는 탓이다. 대신 온라인 쇼핑이 매출이 뛰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마트몰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의 매출액이 지난해 설날 연휴 직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3%나 뛰었다.
남대문 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튿날 오전 방문한 시장은 신종 코로나에 대한 우려로 가득했다. 시장 상인들은 어두운 얼굴로 옹기종기 모여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 고객층이던 중국인들이 줄었고, 최근엔 12번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내국인들도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 이곳에서 40년간 의류매장을 열고 있는 김모씨는 “이날 16번째 확진자가 나왔다더라”면서 “메르스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타격이 크다”라고 토로했다.
같은 날 인근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예전만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점심 식사 후 2층 여성 의류 매장을 둘러보던 주부 쇼핑객들도 이젠 찾아보기 힘들었다. 손에 휴지를 덧대 엘리베이터 층수를 누르는 고객도 목격했다. 점원들은 마스크를 낀 채 매장을 서성거렸다. 최근에는 AK플라자 수원점에 확진자의 아내가 근무했다는 소식에 백화점 업계는 더 긴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오는 10일 휴점을 결정했고, 롯데백화점도 이를 검토 중이다.
반면, 종로5가의 약국 거리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구입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 약국에서는 손소독제를 무려 10개나 구입한 손님도 마주쳤다. 손소독제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 보통 500ml 7000원~9000원대를 형성하던 가격이 만원을 넘어섰다. 직장인 이모 씨는 “손소독제가 한 개에 1만3000원이나 한다”라면서 “10개 13만원을 줬는데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그는 “직장에서도 (신종 코로나) 전염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면서 “대량으로 구입해 회사에 비치해 두려고 어쩔 수 없이 구입한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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